[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금융당국은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들의 부당 승환계약이 당국에 대거 적발됐다고 23일 밝혔다.
설계사가 소속된 회사를 바꾸면서 기존 회사에서 갖고 있던 고객들의 보험계약을 소멸시키고 새로운 회사에서 보험계약을 새로 체결하게 권하는 행위를 '승환계약'이라고 한다. 설계사가 승환시 새로운 보험계약과 기존 계약의 보험기간과 예정 이자율 등의 중요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는다면 불완전판매인 '부당승환'에 해당한다.
부당승환은 보험계약 중도 해지에 따른 금전손실, 새로운 계약에 따른 면책기간 신규개시 등의 보험계약자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에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거액의 정착지원금을 받고 대형 GA로 이직해 온 설계사들의 실적 압박이 부당승환 빈발의 원인이라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개 대형 GA를 대상으로 정착지원금 관련 검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2년간 총 351명의 설계사가 2687건의 신계약을 모집하면서 6개월 이내 소멸된 기존계약과 신계약의 중요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았으며 3502건의 기존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켰다.
2023년부터 올해 8월까지 5개 대형 GA에서 부당하게 소멸된 기존계약은 각사별로 적게는 119건에서 많게는 1732건에 달한다. 설계사별로 살펴보면 설계사 1명이 39건의 신계약을 모집하면서 41건의 기존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킨 사례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부당승환이 확인된 5개 대형 GA에 대해 과태료, 기관제재 등을, 소속 설계사들에게는 과태료, 업무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부당승환의 주요 원인과 관련해서는 '설계사별 지원금 증가→신계약 목표실적 증가→설계사 실적 부담→보험계약 승환 유도'의 구조를 지목했다.
거액의 정착지원금을 받고 이직한 설계사들이 보험계약 성사에 대한 압박 속에 손쉬운 실적 쌓기 수단으로 기존 고객들을 상대로 한 승환계약을 택했고 이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부당승환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정착지원금이란 보험회사나 다른 GA 소속 설계사를 유치하기 위해 지급하는 스카우트 비용이다. 이직으로 인해 전 소속회사에서 따낸 계약 수수료 등을 받지 못하게 된 데 대한 보상 성격이다.
금감원이 2022~2023년 소속 설계사 1000명 이상 대형 GA 39개사를 대상으로 정착지원금 운영현황을 파악한 결과 경력설계사 1만4901명에게 총 2590억원의 정착지원금이 지급됐다. 1인당 1738만원꼴인데 1인 기준으로 가장 많이 지급한 회사의 경우 전체 평균의 약 2.6배 수준인 1인당 4433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정착지원금 세부 기준이나 관련 통제가 미흡한 GA들에 내부통제 관련 경영유의 또는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다. GA업계 자율로 마련해 이달부터 시행한 '정착지원금 운영 모범규준'에 따라 분기별로 정착지원금 운영 내역을 공시하도록 하고 4분기 중 모범규준 이행 여부도 점검한다.
부당승환으로 의심되는 계약이 다수 발생한 GA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번에 지적된 사항과 관련해 5대 대형 GA에 대한 제재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영업질서 훼손 및 소비자의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엄격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이후 실시한 검사의 경우 기관제재를 보다 강화하고 그간 관행적으로 적용해 온 제재 감경·면제 등을 엄격히 적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