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인천 서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가 외부 충격으로 차량 하부 배터리셀에 불이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차주 등을 조사하며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최근 과학수사대로부터 국과수 정밀 감정 결과를 넘겨받아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차주 등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는 등 구체적인 화재 사고 원인을 규명할 전망이다.
국과수는 감정 결과를 통해 "차량 하부 배터리팩 내부의 셀이 손상돼 절연 파괴 현상이 발생했다. 특정 부분에서 전기가 흘러 과부하 돼 발화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다만 배터리관리장치(BMS)는 당시 연소로 심하게 파손돼 데이터 추출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진 점도 따지고 있다. 경찰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소방시설 점검 업체, 설비 관계 업체 등도 수사하고 있다. 관리사무소 소속 근무자 3명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등으로 입건됐다.
앞서 지난달 1일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벤츠 EQE 350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로 인해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인근에 주차된 차량이 불타거나 그을리는 등 피해를 입었다.
화재 이후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했고, 탑재된 배터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쏠렸다. 특히 세계 1위 배터리업체 중국 CATL 제품이 탑재되지 않고 세계 10위권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벤츠 책임론도 커졌다.
이에 수습을 위해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14일과 20일 전기차 화재로 피해를 입은 주민을 만났다. 바이틀 대표는 당시 "주민분이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이 유감이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리콜과 관련해) 화재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고 결과에 기반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지하주차장 화재 사고 이후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 정보 등을 자발적으로 공개했다. 국토교통부는 전기차 배터리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과 자동차등록규칙 개정안을 지난 10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입법예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벤츠가 전기차에 장착한 배터리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0일 서울 중구 벤츠코리아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판매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소방과 경찰, 국과수 등 관계기관 합동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화재 원인이 자동차 결함으로 의심되면 결함 조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결함 조사에 나설 경우 내용을 따진 뒤 리콜할 계획이다.
외부 충격에 따라 차량 하부 배터리팩 내부 셀에 불이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받은 경찰은 내용을 검토한 뒤 구체적인 화재 사고 원인을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벤츠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을 덜은 모양새다.
화재 차량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는 관망하는 모양새다. 중국 언론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파라시스의 투자자 관계 부문 관계자는 "파라시스 배터리 문제인지 완성차 문제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BMS에서 데이터를 추출하지 못해 구체적인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번 화재를 포함해 전기차 화재 대부분 BMS 정보를 얻기 힘들어 제대로 원인 규명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BMS를 통해 화재 관련 정보를 확보해야 하는데 BMS 파손으로 원인 자체를 증명할 수 없게 된다. 이럴 경우 제작사나 배터리사에 면죄부를 주는 근거가 되는 반면 손해를 소비자에 돌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전기차 화재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결국 전기차 화재에 대해서는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 관련 부처 등이 예방 측면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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