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자동차그룹 회장이 방한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회동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제너럴모터스(GM)와의 협업도 추진되자 '한미일 수소 동맹'이 맺어질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수익성이 크지 않은 수소차 시장의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고, 중국 자동차 업체에 대한 견제를 추진할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자동차그룹인 일본 토요타그룹의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다음 달 27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현대차와 토요타가 공동 개최하는 레이싱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
아키오 회장은 토요타 국내법인 관계자와 딜러사 등을 만나며 현장을 점검하고, 정의선 회장을 만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동차 업계에서는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이 수소차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 양사는 지난 4일 한국과 미국·일본 3국의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경제적 협력을 논의하는 '한미일 경제대화' 행사에서 수소차와 자율주행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테츠오 오가와 토요타 북미법인 대표이사 사장은 회담을 마친 뒤 "현대차와 수소·자율주행 분야 등에 대해 얘기했으며 구체적 논의는 없었지만 어떻게 더 좋은 방향으로 갈지, 향후 협력 지역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수소차 시장은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지만 현재는 시장이 태동기에 접어든 단계라 판매 실적이 저조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수소차 판매 대수는 지난 2020년 9483대에서 2022년 2만704대로 두 배 넘게 성장했지만, 지난해(1만6413대)에는 20.7% 역성장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는 5621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4.1% 판매가 줄었다.
수소 충전소 등 인프라 부족과 더불어 한정된 차량 모델로 인한 선택지 부족 등이 역성장의 원인으로 손꼽힌다. 당장 수소차 생산보다는 수소를 생산·저장·유통하는 인프라 구축이 먼저 이루어져야 시장이 확대되는데, 이를 위해 수소차 제조 업체들의 인프라 구축 협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 '2024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10년간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5조7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수소 에너지 기술과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에너지 모빌라이저(Energy Mobilizer)' 전략을 추진하고, 에너지 사업자로서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차원에서는 수소의 생산과 유통, 저장 전반을 아우르는 '수소 밸류체인'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사업 브랜드 'HTWO'를 공개했다. 수소 관련 실증 사업에 적극 참여함과 동시에 수소 산업을 브랜드화하고 지역 간 에너지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목표다.
토요타는 독일 자동차그룹 비엠더블유(BMW)와 함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수소차 개발을 협력하기로 했다. 도요타는 수소연료전지와 수소탱크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BMW는 주행 관련 핵심 부품을 개발하는 내용이다. 이와 더불어 유럽 내 수소 충전 인프라도 공동으로 구축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의 이같은 협업은 인프라 구축과 함께 중국 자동차 업체의 수소차 시장 진출에 대한 견제를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SNE리서치의 집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수소차 점유율은 32.7%로 1위, 일본 토요타가 22.8%로 2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중국 업체들도 상용차를 중심으로 합산 약 44%의 점유율을 보였다. 현대차와 토요타의 점유율을 합하면 55.5%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을 뛰어넘게 된다.
이와 더불어 현대차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협업에서도 수소 사업을 함께 펼치면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로 확장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 회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메리 바라 GM 회장과 만나 포괄적 협력 협약을 맺었다. 내연기관차,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을 함께 개발하고, 수소 사업도 함께 펼치자는 내용이다. 특히 전기차나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차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개발비와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더불어 일본의 토요타, 미국의 GM은 각각 한국과 미국,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업체로 삼각동맹이 확정될 경우 세계 최대 수준의 연합체가 마련될 수도 있다"면서 "친환경차 부문에서 약진하는 중국 자동차 업체를 견제함과 동시에 수소차와 같은 신시장의 공급망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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