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사법 리스크 직격한 MBK, 뭉치는 '팀 고려아연' 변수될까


추석 기간 지자체 정치권 소액주주 등 고려아연 옹호
MBK·영풍 즉각 반박…고려아연·영풍 등 휴장 후 첫장서 주가 폭등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MBK파트너스가 지자체, 소액주주, 노조, 정치권 등 고려아연을 옹호하는 세력의 연이은 등장으로 수세에 접어든 가운데 고려아연 수장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법정에 불러세워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MBK)와 영풍의 기습 공개매수로 시작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법정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MBK와 영풍이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법정에 불러세우겠다는 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특히 공개매수를 방어해야 하는 고려아연 측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팀 고려아연'의 등장으로 힘을 얻고 있기 때문에 MBK와 영풍 등이 제기한 주장이 실제 조사로 착수될 경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칼을 뺀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 우호 세력으로 강화된 방패를 뚫고 성공적인 공개매수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중인 지난 15일~17일 지자체와 정계, 일부 소액주주, 고려아연 노조 등은 MBK, 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고려아연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먼저 울산시와 울산시의회가 공동 성명을 내고 고려아연 측에 가세했다. 울산시는 "120만 울산 시민이 고려아연 주식 1주씩 사주기 운동에 참여해, 50년간 울산과 함께한 기업을 시민의 힘으로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울산은 고려아연이 세계 최대 규모(연간 65만톤)의 아연 제련소로 운영 중인 온산제련소가 자리잡고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이 MBK와 영풍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로 촉발된 건인 만큼 소액주주와 고려아연 노조의 반발도 이어졌다. 고려아연 일부 소액주주들은 소액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를 통해 "고려아연은 한국 상장사 2400개 중 지배 구조와 주주 환원율에서 가장 우수한 수준"이라며 "(이번 일을) 동학 개미가 회사(현 경영진)와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이겨내는 사례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노조는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고 "MBK는 즉각적인 공개매수 철회를 선언하고, 고려아연 노동자의 일자리 침탈을 즉시 중단하라"며 공개매수 철회를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 기업의 해외 기술 유출을 우려하면서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17일 "MBK가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월 국정감사에서 추궁하겠다"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국회에서 국민연금을 관할하는 곳으로,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MBK가 고려아연의 새 주인이 되면 회사를 해외에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둔 해석으로 풀이된다. 김두겸 울산 시장 역시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모 펀드의 주된 목표가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 달성이란 걸 고려하면 인수 후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고려아연 노동조합 70여명이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MBK 본사앞에서 MBK 자본을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고려아연 노조

◆ MBK·영풍 즉각 반박, 고려아연 힘 빠질까…주가는 폭등세

그러나 MBK 역시 즉각 대응에 나서면서 팀 고려아연의 단합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이 공개매수를 반대한 주된 원인이자 일각에서 제기된 고려아연의 해외 매각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고려아연 수장인 최 회장의 각종 의혹을 조사·해결하는 게 먼저라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MBK는 18일 입장문을 통해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 수도 없고, 팔지도 않겠다"며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은 최윤범 현 회장이 무분별한 투자로 회사의 수익성과 재무 구조를 급격히 훼손하는 등 각종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 MBK에 경영권을 일임한 것이다. 적대적 행위, 경영권 탈취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MBK는 중국계 펀드가 아닐뿐더러, 국내 투자활동 역시 투자 대상 기업이나 기술에 접근할 수 없다며 기술 유출 우려를 해명했다. 끝으로 고려아연의 역사를 인지하고 있고 '울산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지역,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시장은 추석 연휴 하루 전날인 지난 13일 영풍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과 이번 MBK의 반박을 같은 선상에서 보고 있다.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의 수장 최 회장에 사법 리스크를 씌워 손발을 묶는다면 고려아연 우호 세력의 힘이 빠져 압박의 강도를 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시 영풍이 밝힌 가처분 신청 등 이유는 최 회장의 상법 위반 등이 고려아연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에서다. 이를 뒷받침할 근거로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등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의무 위반 △이사회 결의 없는 지급보증 관련 상법 위반 혐의 △일감 몰아주기 관련 등 다섯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영풍은 "최윤범 회장은 고려아연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래 영풍그룹 공동창업주의 동업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기 시작, 상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하고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해 고려아연 주주들의 이익을 해하는 행위를 해왔다고 의심된다"고 밝혔다.

한편 MBK와 영풍은 내달 4일까지 22일간 고려아연 주식 최대 302만4881주(14.6%)를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할 예정이며, 고려아연은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공개매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다만 고려아연(6.31%↑, 70만9000원, 이하 오전 10시 50분 기준) 주식은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에 화답이라도 하듯 19일 장중 공개매수가를 훌쩍 넘어간 7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또 공개매수 주체인 영풍(29.79%, 50만1000원), 영풍의 또다른 공개매수 대상인 영풍정밀(29.97%, 1만5830원)은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2kuns@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