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오랜 기간 매각하지 못해 '아픈 손'으로 불리는 한샘에 변화를 줬다. 한샘이 7년간 자가로 쓰면서 사업을 포함한 기업가치 중 주요 비중으로 평가받는 상암동 본사 사옥을 먼저 매각하기 때문이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IMM PE는 오는 20일 그래비티자산운용에 한샘 상암동 사옥 매각에 대한 양도금을 받는다. 본 계약은 지난달 30일 체결됐으며, 양도금은 3200억원이다. IMM PE는 양도금을 전액 현금으로 받아 매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샘이 집을 팔았다고 해서 보금자리를 떠나는 건 아니다. IMM PE는 한샘 사옥 매각 후 그래비티자산운용에 200억원을 재투자하는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상암동 사옥에 상주한 한샘 직원들의 출근지를 바꾸진 않을 계획이어서다. 임대인에서 임차인이 됐기 때문에 임대료 등 부담은 생겼으나,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한샘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샘은 지난 2017년 당시 팬택이 짓고 사용하던 상암동 사옥을 1485억원에 인수해 사용해 왔다. 다만 인수 4년 만인 2021년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 전 한샘 명예회장이 회사를 IMM PE에 팔고 나가면서 상암동 사옥도 IMM PE 소유가 됐다.
IMM PE는 한샘 인수에 1조4400억원이 넘는 거금을 투입해 경영권 지분(22.7%)을 인수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국내 1위 가구업체에 대한 프리미엄과 상암동 랜드마크로 불리는 부지에 보유한 본사 사옥 등을 주된 기업가치로 인정한 배경이다.
그러나 IMM PE와 한샘의 공존은 해를 거듭할수록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한샘의 주가와 실적이 최대주주의 기대만큼 힘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샘은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14일 장에서 전날보다 1.50% 오른 5만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 고점 대비로는 20%(21.44%) 넘게 빠져 있고 4월부터는 5만원과 6만원대 사이만 오가고 있다. IMM PE가 한샘의 경영권을 인수할 때 써냈던 가격은 주당 22만1000원이었음을 고려하면 현재 손실률만 마이너스 75%에 달하는 구간인 셈이다.
시가총액을 보면 엑시트(투자금 회수)는 더욱 불투명해 보인다. 한샘의 시가총액은 14일 기준 1조2755억원으로, IMM PE가 한샘을 인수할 때 투입한 1조4400억원보다 낮다. 지분이 100%라고 해도 매각 후 인수에 투입된 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시점이다. 한샘이 IMM PE가 인수했을 때보다 기업가치가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에 당장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상암동 사옥 매각으로 선회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일각에서는 IMM PE의 이번 사옥 매각이 가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시적이더라도 3000억원이 넘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펀드 운용을 통한 리스크 관리에 나설 수 있다는 해석에서다. 사옥을 매각해 마련한 재원으로 다시 한샘의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매입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잠재적 손실도 줄여갈 수 있다.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한샘 사옥 매각이 IMM PE의 한샘 경영권 매각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샘은 상암동 사옥 매각 배경으로 "전사 자산의 효율적 이용"이라고 밝혔으나 주요 자산 중 하나로 꼽힌 본사 사옥이 더 이상 자산으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잠재적 인수자의 기업가치 판단에 마이너스가 될 여지가 높다.
한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IMM PE가 그간 한샘의 부진한 실적과 주가에도 공매매수 등을 통한 지분 확대와 배당을 늘린 것은 당장 매각이 어렵다고 판단해 자금 회수 방법을 선회한 것"이라며 "인수 후 경영정상화나 재투자 등으로 기업가치를 높여 결국 엑시트를 해야 하는 사모펀드 운용사 입장에서는 유쾌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