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플랫폼 입점하면 대박?…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뷰티브랜드


K-뷰티 호황에 온·오프라인 판 커지는 시장
거대 플랫폼 간 경쟁 과열로 중소 브랜드 피해 입기도

뷰티 주도권을 놓고 무신사와 CJ올리브영이 갈등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올리브영 뚝섬역점 매장(왼쪽)과 무신사 뷰티 페스타 인 성수 오프라인 행사가 열린 있는 아이언 빌딩(오른쪽 빨간 건물). /문은혜 기자

[더팩트 | 문은혜 기자] K-뷰티가 글로벌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중소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한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하다. 그동안은 CJ올리브영이 뷰티 시장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지만 최근 무신사와 컬리, 쿠팡 등 이커머스들이 가세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이들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잡음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건전한 경쟁을 통한 시너지는 커녕 거대 채널들의 신경전 속에서 중소 브랜드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무신사와 CJ올리브영은 입점 브랜드에 대한 갑질 이슈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무신사가 이달 초 성수동에서 연 오프라인 뷰티 행사에 올리브영이 입점 업체들을 대상으로 불참 압력을 가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양사 갈등에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 10일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해 화장품 납품업체들에 행사 독점을 강요한 혐의 등이 있는지 사실 조사에 들어갔다. 올리브영 측은 "준법경영 추진 및 업계 상생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협력사 관련 논란이 제기되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와 비슷한 일들은 여러 번 있었다. 지난해 8월에는 쿠팡이 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올리브영이 중소 화장품 회사들을 대상으로 쿠팡과 거래하지 말라고 압박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지난 2019년에는 올리브영이 납품업체들에 오프라인 H&B(헬스앤뷰티) 경쟁사였던 랄라블라, 롭스 행사에 참여하지 말라고 강요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약 1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플랫폼들이 뷰티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올리브영과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 뷰티 브랜드 등용문'이라 불리는 올리브영의 벽을 깨야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올리브영 매장 전경. /문은혜 기자

올리브영이 판매 중인 상품 가운데 80%는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다. 이 브랜드 중에는 연 매출이 수백억원대로 커진 곳들도 상당하다. 지난해 기준 올리브영에서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 브랜드 수는 전년 대비 30% 늘었는데 이 가운데 중소기업 비중은 절반에 달했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일단 입점하면 매출이 어느 정도 보장되다 보니 올리브영에 대한 중소 브랜드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무신사, 컬리, 쿠팡과 같은 채널들이 공격적으로 뷰티 브랜드 확보에 나서자 중소업체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들 입장에서 판매 창구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플랫폼들이 자사 경쟁력과 차별화를 위해 중소 브랜드에 단독 상품 등을 요구하거나 타사 입점을 제한하는 등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무신사와 올리브영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소 뷰티 브랜드들의 경우 이제 막 출시해 판매채널이나 홍보가 절실한 경우가 많아 부당한 일을 당해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쉽지 않다"며 "때문에 플랫폼 간 과도한 경쟁 속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이런 입점업체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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