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MG손보 인수에 '애매모호'…노조 결사반대 속 인수 나설까


MG손보·메리츠화재 CSM 단순 합산 시 11조원 넘어
초기 대규모 자금 투입 부담 등 안고 인수 나설지 주목

최근 MG손해보험 4차 매각 시도가 불발된 가운데 메리츠화재가 유력 인수자로 떠오르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근 MG손해보험 4차 매각 시도가 불발된 가운데 MG손해보험의 인수자로 메리츠화재가 거론되고 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그룹 부회장은 최근 단순 몸집을 키우기보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규모의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따져봐야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MG손보 노조의 결사 반대와 초기 대규모 자금 투입 부담에도 메리츠화재가 인수에 나설지 주목된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지난달 MG손보의 4차 매각이 무산된 이후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예보는 최근 MG손해보험 매각과 관련해 수의계약 전환을 알리는 안내문을 사모펀드인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 메리츠화재 총 3개사에 발송했다. 24일까지 수의계약 참여 의향서를 접수하고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수의계약은 경쟁계약이 아닌 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해 계약을 맺는 것을 말한다.

앞서 예보는 MG손해보험 4차 입찰과 관련해 유찰 처리했다. 4차 입찰에는 메리츠화재를 비롯해 사모펀드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MG손해보험의 실제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번 입찰에도 세 회사 정도가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자회사인 메리츠화재가 자본력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최대 반기 순이익을 달성했다. 메리츠화재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9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했다. 수익성 주요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규모는 올해 상반기 말 10조6649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2위인 DB손해보험(12조9445억원)과 2조2800억원 가량 차이다. MG손보의 지난해 말 기준 CSM은 6774억원으로 집계돼 메리츠화재의 CSM과 단순한 합산 시 11조원을 넘어 DB손보를 추격할 수 있다.

다만 MG손보의 재무건전성 개선에 대한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MG손보의 올 1분기 지급여력비율(K-ICS)은 52.1%로, 금융당국 권고비율(15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비용이 최대 1조원가량에 이를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예보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최대 5000억원까지 자금을 지원할 의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MG손보 재무건전성 정상화를 위해서는 적잖은 자금 투입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김용범 메리츠금융그룹 부회장은 최근 단순 몸집을 키우기보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규모의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따져봐야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용범 부회장은 지난달 14일 진행된 2024년 상반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MG손해보험 매각 관련 질문에 "지난 1분기 IR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주당 이익의 증가가 가져오는 규모의 경제와 이에 도움 되는 성장에만 관심 있다"며 "단순 외형 경쟁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M&A를 할 때 살펴보는 건 가격이 적절한지, 사업을 이끌 인재가 확보돼 있는지, 리스크 규모와 성격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이라며 "이번 MG손해보험 건은 이 기준에 맞는지 세밀히 살펴서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경우 완주할 것이고 아닐 경우 중단될 것"이라고 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엠지(MG)손해보험지부가 지난달 14일 오후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는 것에 대해 결사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선영 기자

MG손보 노조가 결사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MG손보 노조는 연일 메리츠화재의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예보가 자산부채이전(P&A) 방식 매각 가능성도 열어놓은 만큼 P&A 방식으로 거래가 성사되면 고용 승계 의무가 없기 때문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무금융노조 및 MG손해보험지부 노동조합원들은 최근 금융위원회와 보험개발원 등 금융기관 앞에서 시위를 진행한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서울 강남 메리츠화재 본사 앞에서 '밀실야합 메리츠 수의계약 결사반대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무금융노조는 결의문을 통해 메리츠화재의 MG손해보험 인수는 오로지 주주가치 제고와 자기이익 성취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금융당국과의 짜 맞추기라고 비판했다. 또 이번 인수에 대해 "직원의 고용 승계가 없는 고객 데이터베이스(DB), 우량자산, 공적 자금의 먹튀(먹고 튀기)"라고 표현했다.

배영진 사무금융노조 MG손해보험 지부장은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갖고 있는 법률리스크 모두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는 국정감사를 앞둔 상황에서 국회의 이목을 끌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환노위원회 등에서 국정감사 주요 현안으로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MG손보 노조의 결사 반대, 초기 대규모 자금 투입 부담에도 메리츠화재가 인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수의사를 밝혔던 3곳 중 예보에서는 사모펀드 보다 메리츠화재의 인수를 선호할 것"이라며 "어떤 목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제까지의 메리츠화재의 행보를 보았을 때 인수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