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반사이익' 오픈마켓, 정부 규제 가능성에 '답답'


'대규모유통업법'으로 오픈마켓 규제 가능성 커져
이미 빠른정산 시행 중인 G마켓·11번가…시장경쟁 저해 우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왼쪽 네번째)이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사태 재발 방지 입법방향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 | 문은혜 기자]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들이 대규모유통업법의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답답한 상황에 처했다. 정부는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후속조처라는 입장이나 '오픈마켓' 특수성을 감안하지 못한 일괄적인 규제가 오히려 시장을 도태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중개 거래 플랫폼을 대규모유통사업자로 지정해 정산 기한이나 대금 별도 관리 비율 등을 규제하는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공정위는 이달 중 공청회 등을 통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관련법 개정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는 △중개 거래 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000억원 이상(1안) △중개 거래 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조원 이상(2안) 기준에 해당하는 사업자를 대규모유통업자로 분류할 전망이다. 여기에는 G마켓, 11번가 등 대부분의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포함된다.

이들에 대해서는 '일정 기한 내 정산 의무'와 '판매 대금의 일정 비율 별도 관리' 등의 규제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산 기한은 △구매확정일로부터 10일 또는 20일로 하는 안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30일 이내로 하는 안 등 2가지가 제시됐다. 또한 대금 별도 관리 비율은 △100% △50% 2가지 안이 나왔다.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들이 대규모유통업법의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각사

업계에서는 충분한 논의 없이 대형마트와 같은 대규모 오프라인 유통사업자들과 온라인 커머스를 같은 기준으로 규제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제대로 된 처벌 규정으로 잘못한 사업자를 규제하는 것이 아닌, 문제 없이 사업을 운영 중인 플랫폼에 규제를 가해서다.

특히 G마켓과 11번가의 경우 구매확정 이후 1~2일 안에 판매자 대금을 정산해주는 '빠른정산' 시스템을 이전부터 운영해온 터라 억울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정부 규제가 오히려 사업자들끼리의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G마켓은 구매고객이 상품을 받고 구매확정을 하면 바로 다음 날 판매대금을 정산해준다. 20여 년 전부터 이같은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티메프 사태 이후 빠른 정산 시스템이 입소문을 타면서 G마켓에 신규 입점하는 판매자는 급증했다. 지난 8월 6~12일간 신규 입점 셀러는 전주 대비 59% 급증했다.

11번가도 집하 완료 다음 날 판매 업체에 곧바로 정산금을 지급하는 빠른정산을 실시하면서 지난 7월 신규 판매자가 전월 대비 16% 증가했다. 최근에는 안정은 11번가 대표가 입점 판매자들에게 배송 완료 다음 날 정산받을 수 있는 '안심정산'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 입장에서 판매자는 중요한 고객이자 경쟁력"이라며 "판매자를 붙잡기 위해 정산기일을 단축하고 입점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자발적으로 경쟁하는 분위기"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에서 제시한 정산 의무가 적용될 경우 지금은 1~2일이면 정산되는 판매자 대금이 1~2개월까지도 길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90%가 넘는 직매입 비중으로 인해 이미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쿠팡과 컬리는 기존에 30~50일 사이였던 정산기간이 '납품대금 지급일 60일 이내'라는 항목이 신설된 이후부터는 60일로 늘어났다.

또한 대규모유통사업자들은 판매자들과 일대일로 표준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 이 규제가 오픈마켓에도 적용될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 입점 판매자 규모만 수십만에 달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판매자를 보유하고 있는 G마켓의 경우 약 3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명진 온라인쇼핑협회 정책지원실장은 "통신판매중개업자인 오픈마켓의 경우 표준약관을 통해 문제 없이 입점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며 "오픈마켓이 대규모유통사업자로 지정돼 수십만에 달하는 판매자들과 일일이 계약해야 한다면 상당한 리소스가 투입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 실장은 "계약 시스템을 새로 만들거나 대금 예치로 인한 금융 수수료 등이 모두 비용"이라며 "이전보다 늘어나는 비용이 어디로 전가될지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같은 규제가 중소 이커머스 업체들에게는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아 중소 스타트업들도 자신만의 기술이나 전략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그러나 이같은 규제들이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여 결국 기존 대형 플레이어들에게 유리한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직매입과 오픈마켓 방식이 혼재된 사업자들이 많다"며 "규제가 불가피하다면 획일적인 방식이 아닌 좀더 세밀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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