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라진 기자]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이달 중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와 연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주도로 조성됐던 관제 펀드들이 상장 폐지되는 등 수익률이 크게 감소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에 밸류업 ETF 역시 같은 절차를 밟을 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가 개발한 'KRX기후변화솔루션지수'를 추종하는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KRX기후변화솔루션 ETF'가 지난달 11일 상장 폐지됐다. 해당 ETF의 순자산총액은 상폐 기준액인 5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상태였다.
아울러 같은 지수를 따르는 KB자산운용의 'KBSTAR KRX기후변화솔루션 ETF'도 올해 6월 26일 상장 폐지됐다. 당시 해당 ETF의 순자산총액이 6억900만원에 그치면서다.
이 상품들은 2021년 거래소가 문재인 정부의 '2050 탄소 중립 정책'에 따라 관련 지수를 내놓으면서 그 해 10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됐다. KRX기후변화솔루션지수는 저탄소전환점수와 저탄소 특허점수가 높은 40개 종목을 편입했고, KB·NH아문디·미래에셋·삼성·신한·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6개 자산운용사들이 해당 지수를 따르는 ETF 상품을 출시했다.
그러나 6개 상품 중 2개 상품이 올해 상장 폐지됐고 나머지 4개 운용사들이 선보인 ETF 역시 올해 들어 크게 떨어졌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KRX기후변화솔루션 ETF'는 올해 1월 2일 대비 이달 10일 종가 기준 17.93% 가장 크게 내렸고,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기후변화솔루션 ETF'도 17.65%나 떨어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기후변화솔루션 ETF'도 17.93%,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K신재생에너지액티브 ETF' 역시 14.12% 내렸다.
이는 정권이 바뀜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강조했던 주요 정책이 힘을 잃으면서 기후변화솔루션 ETF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식었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정권 변화에 따라 비슷한 수순을 밟은 관제 펀드들은 해당 ETF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강조하면서 대거 출시됐던 녹색성장펀드는 출시 초기 정부 지원에 힘입어 58.6%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이듬해 수익률은 25%로 반토막났고 정권 말기인 2011년에는 -21.6%로 급락했다. 펀드 수 역시 2009~2013년까지 총 86개 펀드가 출시됐지만 이후 절반이 넘게 쪼그라 들었다.
또한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한 뒤 출시된 통일펀드의 1호인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A형'은 최근 3년간 8.74% 떨어졌다. 또 다른 대표적인 통일펀드였던 브이아이자산운용의 '브이아이 코리아 통일 르네상스 증권 자투자신탁(주식) A' 역시 최근 3년간 16.85% 내렸다.
그럼에도 전문가 일각에서는 밸류업 ETF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용두사미로 끝났던 관제 펀드들이 많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라면서도 "밸류업 ETF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고 여야가 크게 이견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전에 출시됐던 여러 관제 펀드들의 절차를 밟지 않고 상대적으로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