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거래 가능해진 탄소배출권...증권사 새 먹거리 될까


환경부 개정안 입법예고에 내년 2월부터 시행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자발적 탄소배출권 부수업무를 위한 신고를 마치고 탄소배출권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시장 참여자 범위를 확대하고 기관이나 개인투자자도 증권사를 통해 자발적으로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탄소배출권 시장 확대가 전망되고 있다. 이에 탄소배출권 관련 사업이 그간 시장에 간접적으로 참가해 온 국내 증권사들의 새 먹거리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NH투자·미래에셋·삼성·메리츠·신한투자·하나·IBK투자·KB·SK증권 등 10개 증권사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자발적 탄소배출권 부수업무를 위한 신고를 마쳤다.

증권사들의 이번 신고는 지난 3일 환경부가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향후 40일간 입법예고하고 내년 2월 7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증권사가 확보한 탄소배출권 등을 개인투자자도 증권사 창구를 통해 주식처럼 자발적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된데 따른다. 증권사는 거래를 통한 수수료를 확보하고 자기자본 매매를 통해 보유한 탄소배출권 역시 시장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낼 전망이다.

자발적 탄소배출권이란 탄소 감축 대상에 속하지 않은 기업과 기관·비영리조직(NGO) 등이 자율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수행해 얻은 탄소 인증서를 거래하는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해 권리를 주고 파는 행위를 뜻한다.

그간 증권사들은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금융사 중 유일하게 배출권거래중개회사 지위를 유지해 왔다. 다만 중개회사 요건 등 규정이 불명확했기 때문에 중개행위보다 자기자본을 통한 배출권 매매만 가능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관련 규정과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에 배출권거래중개회사인 증권사가 위탁거래까지 가능하게 된 셈이다.

특히 환경부의 이번 개정안 입법예고 취지가 시장 참가자 범위를 자산운용사와 은행, 보험사 등까지 확대해 시장 규모를 넓혀 배출권 거래 활성화를 통한 합리적인 시장 가격 형성을 기대하고 있는 것에 주안점을 뒀기 때문에, 증권사 간 탄소배출권 사업 경쟁 역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영석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이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을 높인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10월 14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 증권사發 '녹색 금융' 눈앞…시장 초기 강자는? 한투·NH 등 강세 전망

이 와중에 증권사 사이에서도 어떤 곳이 시장 초기 단계에서 치고 나갈지 가늠이 잡힌다는 분위기도 감지돼 눈길을 끈다. 그간 탄소배출권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먼저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탄소배출권거래제(K-ETS) 시장조성사로 선정돼 일찌감치 온실가스 감축사업 개발에 뛰어들면서 국내외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방글라데시에서 진행해 왔던 탄소저감 식수사업을 통해 한국 금융사 중 최초로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획득했으며, 네팔과 인도 등에 배출권 추가 확보를 위한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은 환경부의 개정안 입법예고 직후 재단법인 굿네이버스 글로벌 임팩트와 온실가스 감축사업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히는 등 사업 알리기에도 적극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이번 MOU에서 "굿네이버스 글로벌 임팩트의 구호사업에 민간자금이 투입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양사가 보다 긴밀히 협력하며 글로벌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1일 아시아 증권사 중 최초로 유엔(UN) 산하 녹색기후기금(GCF)의 기후테크펀드 운용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녹색 금융'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운용기관 선정은 지난해부터 운용사업부에 배정된 탄소금융부에서 따냈으며 탄소배출권 시장조성 비즈니스 확대, 탄소감축사업 확장, 탄소배출권 중개거래 시스템 개발 등 정부가 장려하는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한국ESG기준원(KCGS)에서 2년 연속 ESG평가 지배구조 부문 A등급을 받은 신한투자증권, 지난해 국내외 주요 기관을 대상으로 자발적 탄소시장 동향 세미나를 연 하나증권, 지난해 ESG 리포트를 통해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 의지를 드러내 온 KB증권, 증권사 중 최초로 기후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탄소 배출량 가격 상승과 관련한 자산 포트폴리오의 재무적 영향도를 공시한 미래에셋증권, 탄소배출권 관련 상장지수증권(ETN)을 운영하는 메리츠증권, 탄소배출권 시장 리서츠 업체와 MOU를 맺은 SK증권도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배출권 거래 규모는 글로벌 배출권 시장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지지만 정부의 이번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150여 곳의 시장 참가자가 추가돼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며 "중개회사인 증권사 역시 사업 초기 단계에서 건강한 경쟁을 통해 시장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도음을 준다면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탄소산업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먹거리 발굴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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