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식거래 중단 사태 장기화 조짐…커지는 증권사 책임론


증권사 "보상 어려워" 입장 고수에 투자자 불만 확대
증권사·투자자 간 소송 가능성도

국내 증권사들이 미국 주식 주간거래 중단 사태에 대해 약관 등을 이유로 보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투자자들의 불만은 지속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미국 주식 주간거래 중단 사태 여파가 투자자들의 연이은 피해 호소로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투자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주장과 함께 증권사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미국 주식 주간거래가 중단되면서 피해를 호소한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원성은 지난 5일 미국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이 각 증권사의 미국 주식 주간거래 체결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에 따른다. 이를 통해 약 9만계좌에서 6300억원 규모의 거래 금액이 취소됐으며 이후에도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이번 사태에 대한 원인이 블루오션 측에 있으며, 해외 거래소 사정으로 인해 발생한 장애는 약관상 보상 사유에 해당하지 않다는 주장에서다. 또 금융감독원(금감원) 역시 증권사와 투자자들이 알아서 협의하도록 하는 '자율 조정'을 권장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피해 보상은 안 된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외화증권 매매거래 계좌 설정 표준약관 제14조에 따르면 '천재지변·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불가항력이라고 인정되는 사유에 의한 매매의 집행, 매매대금의 수수 및 예탁·보관의 지연 또는 불능'에 관련한 고객의 손해에 대해서는 증권사가 책임지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민원에 대한 의견을 내놓은 증권사도 있다. 지난달 26일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등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민원에 보상이 어렵다는 견해를 전달했으며, KB증권 등은 각 민원의 유형별로 민원인의 주장과 요구사항에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보상안은 아니지만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위로금 1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미국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이 지난 5일 미국 주식 주간거래 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과 보상을 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더팩트 DB

이렇다 보니 국내 증권사의 투자자 보호 방안 개선이 절실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블루오션의 조치가 일차적인 원인 제공을 한 것은 맞지만, 주문 접수 시점이 다르고 오류를 제시간에 처리하지 못한 각 증권사의 책임도 있다는 해석에서다.

증권사에 민원을 제기한 투자자는 "증권사들이 약관 등을 이유로 위험성을 알렸다고는 하지만 관련된 내용을 명확하게 인지시켜 준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투자자 보호 방안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해외투자의 안전성을 높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와 투자자 간 자율 조정이 실패했기 때문에 양측의 소송전으로 번질 수 있는 우려도 감지된다. 다만 선례가 없는 일인 만큼 투자자들의 집단소송 시 승소 여부를 내다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지배적이다.

이에 시선은 다시 정부의 방침에 쏠린다. 투자자들의 민원을 받은 금감원이 증권사의 위법성을 따져 분쟁조정위원회 개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블루오션의 대체재가 없기 떄문에 일부 투자자들이 주간거래를 다시 열어달라는 요구도 있는 것으로 안다. 증권사의 위업성과 관련해서는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지 검토 중이며, 주간거래는 증권사 등과 재개 여부를 검토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2kuns@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