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1등' LG전자, 안마의자는 쉽지 않네


2008년 일본 히타치 기술 제휴 안마 의자 시장 조기 진출
시장 가능성 미리 읽었지만 세라젬, 바디프랜드, 코지마 등에 밀려

서울의 한 가전제품 대리점에 LG전자의 가구형 안마의자 힐링미 제품이 전시돼 있다. /오승혁 기자

[더팩트ㅣ오승혁 기자] 글로벌 가전 1등 기업 LG전자가 '안마의자' 시장에서 세라젬, 바디프랜드, 코지마, 휴테크 등의 전문 브랜드에게 점유율 경쟁에서 밀려 '힐링미' 신제품 출시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 기준으로 세라잼이 국내 안마의자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했다. 오랜 세월 1위 자리를 지키던 바디프랜드는 2위로 물러났으며, 코지마가 3위에 자리하고 있다. 휴테크가 4위에 위치하고 있다. LG전자는 안마의자의 매출을 별도로 집계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날 LG베스트샵과 롯데하이마트 등에서 만난 매장 관계자들은 "다수의 소비자들은 매장에서 코지마와 바디프렌드 등의 안마의자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의 제품을 경험한 뒤 이들 중 하나를 구매한다"며 "안마의자 중에 LG전자의 제품을 찾거나 문의하는 고객은 적다"고 입을 모았다.

허리 통증으로 인해 안마의자 구매를 고민한다는 한 직장인은 "LG전자에서도 안마의자가 나오는 줄 몰랐다"고 "안마의자는 가전이지만 '의료기기'의 이미지가 강해서 건강 관리 기능을 강조한 전문 브랜드의 제품을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마의자가 매장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본점' 규모가 아닌 백화점 등에 위치한 LG베스트샵 매장에서는 진열된 제품을 볼 수 없는 경우도 흔하다.

LG전자가 안마의자를 팔지 않는다고 알거나 해당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후발 주자라고 짐작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그러나 LG전자는 지난 2008년에 일본 히타치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안마의자 시장에 조기 진출한 기업이다.

당시 800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으로 시장에서 소비자 관심을 끌지 못하자 2년 후인 2010년에 가격을 낮춘 실속형 제품을 출시해 안마의자 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파나소닉을 이기고 50%의 점유율로 시장 1위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공격적인 마케팅과 렌탈 서비스의 도입으로 바디프랜드가 2015년에 안마의자 시장 점유율 50%를 넘기면서 LG전자의 시장 지배력은 빠르게 추락했다. 이어 세라젬과 휴테크가 각각 배우 이정재, 정우성을 모델로 기용하고 헬스 케어에 초점을 맞춘 광고를 공개하면서 안마의자 전문 브랜드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LG전자는 2016년, 2020년에 안마의자 신제품을 출시하며 대응했지만 점유율 변동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안마의자 시장이 급성장하던 시기에 공격적인 마케팅과 제품 포지셔닝에 역량을 쏟았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LG전자는 경쟁사들과 달리 유명인을 모델로 기용하는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LG전자 측은 "신제품 출시와 PPL 그리고 구독 모델 확장 등의 노력을 통해 판매량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며 "전체 안마의자 판매량에 대한 집계는 진행하지 않았지만,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에서 안마의자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안마의자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국내 안마의자 시장은 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안마의자 보급률도 10.5%로 두 자릿수를 상회했다.

LG전자는 오는 13일 전신형 안마의자 LG 힐링미MX9을 출시한다. /LG전자

LG전자는 수면부터 스트레스까지 케어 가능한 전신형 안마의자를 오는 13일 정식 출시한다. 가구형 안마의자인 '힐링미 오브제컬렉션 아르테'를 MBN의 '현역가왕'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석에 노출시키는 공격적인 PPL을 진행해 지난달 전월 대비 판매량 60% 확대에 성공했다. 특정 부위를 안마하는 제품의 출시 여부는 미정이지만, 안마 관련 신제품을 지속 출시할 방침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LG전자가 안마의자 시장에서 확실한 성장세를 만들기 위해서는 출시하는 제품군의 변화 등이 필요해 보인다"며 "안마의자 보급률이 두 자릿수 이상으로 상승했지만, 실제로 안마의자를 구매할 만한 가정은 모두 구매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안마의자를 구매해 사용한 이들 사이에서는 '결국 옷걸이가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간이 지나면 확연히 사용률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LG전자가 안마기기도 만드는데 잘하더라'는 말이 나와야 구매와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목과 어깨 또는 종아리 등의 국소 부위를 마사지하는 기기의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해당 제품을 출시해 시장 침투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입소문이 퍼지는 것을 노리면 LG전자가 국내 안마의자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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