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민들이 원하는 곳에 제때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던진 메시지다. 매섭게 치솟고 있는 집 가격은 공급·수요정책으로 잡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8·8부동산대책'을 발표한 뒤에도 좀처럼 집값이 진정되지 않자, 주택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8·8부동산대책의 핵심은 그린벨트 해제,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 비(非)아파트 활성화 등 세 가지다.
현재 서울·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불장이다. 한국부동산원의 '8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3주 연속, 전세가격은 67주째 오름세다. 수도권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시장(매매+전세) 소비심리지수·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도 상승·보합·하강국면 중 상승국면을 나타냈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공급 대책에도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울·수도권 집값 오름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부는 매주 '부동산 시장·공급 상황 점검 TF(테스크포스)'를 열고 주택공급 확대방안 추진현황·동향 등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8·8부동산대책 후속조치 차원으로 '뉴빌리지 사업공모' 절차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뉴빌리지는 전면 재개발·재건축이 어려운 노후 빌라 등 정비 사각지대에 국비를 들여 정주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서민·청년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비아파트 주택을 다양한 주거형태 중 하나로 균형 있게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최근에는 안정적 주택공급·주거안전망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제3차 장기 주거종합계획'을 확정·발표하기도 했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여러 공급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대책을 내놔 눈길을 끈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방안으로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등 법인이 단지별 100가구 이상 대규모로 최장 20년 이상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모델을 마련했다. 과도한 임대료 규제·법인 중과세제 등 법인의 대규모 장기임대 운영을 어렵게 하는 각종 규제를 풀어 기업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취득·재산세 감면 등 세제 혜택도 지원하기로 했다. 공급 유형은 규제·지원 정도에 따라 자율형, 준자율형, 지원형 총 세 가지로 나뉜다.
◆ 참여연대 '뉴스테이' 되풀이 비판, 건산연 "고려해볼 만한 모델"
정부가 기업형 임대주택 카드를 꺼내든 것은 전세사기 여파로 불신이 커진 전세시장에 기업 참여를 유도해 전세사기 걱정 없는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기업형 임대주택 도입으로) 이사 걱정, 전세사기 걱정 없이 원하는 기간만큼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한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사업 '뉴스테이'가 높은 임대료 등 여러 문제로 실패한 사례가 있어 기업이 적극 참여할 지는 미지수다. 나아가 정부가 지속해서 임대료·세제 혜택을 부여할 지도 알 수 없다. 통상 정권이 바뀌면 대책도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어서다.
이번 대책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참여연대는 과거 뉴스테이 정책 실패를 되풀이할 셈이냐고 정부를 질타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서민 주거 안정에 역행한 뉴스테이 되풀이할 셈인가' 논평에서 "시장에서 임무임대기간 20년을 지킬 임대사업자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특히 준자율형은 초기 임대료 제한이 없어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원하는 대로 임대료를 받는 임대사업자에게 저리 기금융자와 지방세 감면 혜택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지원민간임대보다 더 후퇴한 뉴스테이 정책을 다시 꺼내들고 나온 윤 정부를 규탄한다"며 "임대주택 등록을 의무화하고, 임대사업자 의무에 비해 과다한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 지자체의 관리·감독도 강화하는 등 종합적인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안정적 임대주택 공급 기틀을 마련했지만, 품질·서비스 수준 확보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건산연 관계자는 "일본 등 선진 사례를 비춰볼 때 기업형 임대주택은 임대료를 통한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어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고려해볼 만한 모델"이라며 "다만 임대주택 품질 관리와 최소 서비스 수준 확보 등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임대 상품의 고급화 등으로 인해 저소득층이 소외받지 않도록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만약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면 임대주택을 운영하면서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보다 매매에 대한 관리 방안도 요구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