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대우조선해양에서 새출발한지 1년이 지난 한화오션이 리더십을 교체했다. 김희철 신임 대표이사는 경영 안정화를 넘어 톱티어 도약이라는 특명을 받았다. 한화오션이 저가 수주로 몸살을 앓았던 대우조선의 흔적을 지우고 하반기 흑자 전환을 통한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달 29일 김동관 부회장을 한화임팩트 투자 부문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하는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 내정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7월 26일 한화솔루션 케미칼·큐셀과 여천NCC 등 3개 계열사 대표인사를 단행한 지 한 달여만이다.
한화그룹은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사업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핵심 경영진을 재배치했다"라며 "세대교체를 통한 사업 전환 가속화, 시장 내 선도 지위 확보 추구, 성과 중심 인사를 통한 조직 긴장감 부여를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점은 한화그룹 품에 안겨 대우조선해양에서 새롭게 출범한 한화오션 대표이사 교체다. 한화오션 출범 이후 경영 정상화를 꾀하며 성장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받는 권혁웅 부회장은 1년 만에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일할 예정이다.
권 부회장을 뒤를 이어 한화오션을 이끌 대표이사로 김희철 한화에너지 및 한화임팩트 대표가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2015년 한화토탈(전 삼성토탈) 초대 대표이사를 맡아 조직 안정화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김 내정자는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큐셀, 한화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 계열사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에너지 분야 계열사 수장을 역임한 김 대표를 한화오션 대표이사로 내정한 배경으로 '에너지 밸류체인 강화'가 꼽힌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해 5월 회사명을 대우조선해양에서 한화오션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한 정관 개정과 신임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하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정도경영과 인재육성을 통해 글로벌 해양·에너지 선도 기업으로 키워나가자"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올해 상반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초대형 LPG운반선(VLGC),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 총 26척 약 50억7000만달러 상당 선박을 수주했다.
다만 김 내정자가 안게 된 숙제도 적지 않다. 권 부회장이 이른 시간 내 조직 안정화를 꾀해 성장 기반을 다졌다면, 김 내정자는 톱티어 도약이라는 특명이 주어진 모양새다. 한화그룹은 김 내정자를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 도약 추진에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은 만큼 분위기는 좋다. 조선·해양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글로벌 2위 해운사 덴마크 머스크와 1만6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 6척 공급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HD현대중공업과 자웅을 겨루고 있는 특수선 분야에서도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HD현대중공업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해군 MRO 사업체 참여할 계획이다.
김 내정자는 올해 하반기 실적이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 기준 한화오션 실적은 경쟁업체인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과 비교할 때 다소 부진했다. 한화오션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2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2분기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아울러 냉랭한 노사 관계를 슬기롭게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한화오션 노동조합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한화오션 조직 개편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노사 갈등은 고소·고발전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김유철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장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한화그룹 사업재편 문제와 노사 관계 전망 국회토론회'에서 "사업구조 개편과 함께 경영권 승계 목적을 이루고자 가장 걸림돌이 되는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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