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라진 기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에게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요청한 가운데 증권사가 화답할지 관심이 쏠린다.
2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상장된 국내 증권사 가운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공시한 곳은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단 2곳이다. NH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는 최근 안내공시를 했다. KB증권은 비상장사로 밸류업 공시의 대상이 아니지만 최근 자사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와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전용관을 오픈했다.
키움증권은 증권사 중에서 가장 먼저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키움증권은 5월 28일 밸류업 계획을 통해 3개년 중기 목표로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주주환원율 30% 이상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해당 주주환원율 목표 달성을 위해 기보유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미래에셋증권은 8월 22일 밸류업 공시를 통해 단기적으로 올해부터 2026년까지 ROE 10% 이상을 달성하고, 주주환원성향 35% 이상 목표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세전이익 5000억원 이상을 창출하고, 2030년까지 자기주식 1억주 이상을 소각한다는 계획도 내세웠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밸류업 안내공시를 통해 올해 12월까지 자율공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DB금융투자 역시 지난달 30일 밸류업 안내공시를 내고 올해 9월 중 자율공시하겠다고 공시했다.
KB증권은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와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전용관을 지난달 27일 오픈했다.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공시만을 위한 별도 페이지를 제공한 증권사는 KB증권이 유일하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이 밸류업 공시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만족할 만한 인센티브 제공이 없어 주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가운데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9일 10개 증권사 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주문해 여타 증권사들이 화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증권사가 자금 중개자이자 기관투자자로서 밸류업 기업의 자금 흐름을 이끌어나가는 한편, 기업가치를 세심하게 분석·평가해 투자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시장에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주문에도 증권사들은 ROE 등 목표를 구체화하는 데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의 기대감 대비 얼만큼의 목표를 책정해 이를 달성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 정책과 관련된 부분이다보니 충분한 검토 없이 진행하는 것은 위험도가 따르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어 기업의 선택의 문제이긴 하나,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독려를 위해 기업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인센티브 부여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