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현대자동차가 엔진으로 전기 발전을 하고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주행거리연장차(EREV) 개발을 공식화하면서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 극복 방향성을 제시했다. 기존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고 순수 전기차 대비 주행가능거리가 높다는 점에서 전기차 전환으로의 '가교' 역할이 기대되지만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기 위한 상품성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도아는 최근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 북미와 중국 시장에서 EREV를 본격 판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위해, 현대차는 발전과 구동이 모두 가능한 전륜 통합 모터 1개와 후륜 구동용 모터 1개 등 모두 2개의 모터로 구성된 EREV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특히 한 번 주유 시 900㎞ 이상 달릴 수 있는 EREV 시스템을 목표로 하면서도, 원가 비중이 높은 배터리 용량은 약 30% 축소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EREV의 첫 모델은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D급(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북미 시장에 투입해 연간 8만대 이상 판매하고, C급(준중형) EREV는 중국에 출시해 연간 3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 C급(준중형) EREV는 중국에서 출시해 연간 3만대 이상 판매할 계획이다.
EREV는 10여년 전부터 출시돼 왔다. 2010년대 중반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 볼트(Volt)와 BMW i3 REX 등이 이미 출시됐다. 중국에서는 리오토의 '리샹', 세레스그룹의 'SF5' 등의 EREV를 출시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현대차가 EREV 시장에서 선방하려면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전기차 전문 통계 회사 EV볼륨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EREV 판매 대수는 70만5900대로, 이 중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98%에 육박한다. 단일 브랜드로는 리오토가 지난해 37만6000대를 판매해 선두 주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리오토는 지난 2015년 설립 이후 줄곧 EREV 모델에 주력해 왔으며, 북미 시장에서도 EREV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 리원(Li One)을 선보인 이후 현재 EREV SUV 모델인 'Li L6~9'을 판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EREV 개발이 전기차 전환 이전의 가교 역할을 충분히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이호중 책임연구원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의 동행, EREV'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충전 인프라가 미비하거나 화석연료의 가격이 낮아 전기차 보급 이점이 부족한 국가, 전기차 구매 여력이 부족한 소비자층에서 EREV는 또 다른 친환경차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면서 "현재도 많은 기업들이 자동차 친환경화를 위해 EREV를 포함한 다양한 접근법을 탐색하고 있으므로, 정책 당국은 전기차(BEV)만이 유일한 해답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EREV는 과거 2010년에도 한국 정부가 전기차 산업 육성을 검토하는 단계부터 도입을 고민했으며, 기술적으로도 어렵지 않다"면서 "특히 EREV는 전기차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화재 등으로 관련 규제가 확대될 때도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EREV와 관련한 친환경 보조금이 늘어나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현재 전기차 보조금의 경우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가산점이 주어지는데, EREV는 기존 하이브리드차 대비 배터리 용량이 높기에 재활용 점수가 높을 것이란 설명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 보조금 산정에는 배터리 재활용 가치가 큰 전기차에게 좀 더 보조금을 확대하는 구조"라며 "EREV는 전기차 대비 70% 수준의 배터리 용량을 가지기 때문에 하이브리드차 대비 배터리 재활용 가치가 크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로 분류하는 현행 친환경 보조금 체계를 개편해 EREV에 더욱 많으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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