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쇼크' 코스피, 한 달 만에 '블랙 먼데이' 또 올까


엔비다아 호실적 발표에도 증시 폭락
증권가 "9월도 2600~2800 등락할 것"

29일 코스피가 2662.28에 거래를 마치면서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9월 코스피는 어떤 양상을 보일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코스피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기조에도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쏟아진 실망 매물에 주저앉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난 5일 하루 만에 8.77% 폭락한 '블랙 먼데이'가 다시 올 것이라는 우려도 더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종가 기준 2662.28에 거래됐다. 지난주보다 1.45% 감소했으며 7월 말 대비로도 3.91% 내리면서 부진을 이어갔다. 일일 기준 등락 폭이 가장 컸던 날 역시 29일이다. 2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02% 내리면서 주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투자자들은 이날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에 주목했기 때문에 실망감이 더했다.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기록하면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 한미반도체, 디아이 등 국내 반도체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오를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5.35%), 삼성전자(-3.14%), 한미반도체(-9.45%), 디아이(-8.83%) 등 반도체주는 29일 모두 급락하면서 전반적인 코스피 약세를 이끈 원인이 됐다.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발표했으나 장중 2%대 하락했으며 시간외거래에서 7% 가까이 내리는 등 최악의 하루를 기록한 결과로 풀이된다.

5일 블랙 먼데이 사태 이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한 코스피 거래 대금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한다. 6일부터 20일까지 집계된 코스피 시장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10조3194억원으로 지난달 일평균 12조337억원 대비 14.2%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도 코스피 하락 원인을 엔비디아 쇼크로 꼽았다. 인공지능(AI) 거품론까지 제기될 정도로 높아진 시장 눈높이가 엔비디아의 호실적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결국 주가 하락의 원인은 '비싸다'는 것"이라며 "시장은 이미 선반영된 엔비디아 성장의 밸류에이션을 2026년 이후의 미래까지 연장하길 희망했으나 그 기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실적에 대한 실망감을 반영하며 외국인과 기관 동반 순매도 속 반도체주 매물 출회가 심화했다.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규모 약 4200억원 중 대부분(약 3800억원)이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9월 코스피 전망도 밝지 않다. 다만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 공개, 미국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발표 전망 등 주요 이벤트가 이어진다면 반도체 등 기존 코스피를 이끌던 주도주가 상승할 여지는 남아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코스피는 주요 이슈들을 소화하며 2600∼2800 내에서 박스권 등락할 것"이라며 "9월에는 이를 확인할 이벤트가 많다. 주요 이벤트를 소화하는 동안 금리 레벨 하락을 반영한 헬스케어, 2차전지와 반도체 등 기존 주도주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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