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경영 시도하자 좌천 인사…한미그룹 경영권 분쟁 폭풍전야


임종훈,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서 전무로 강등 인사
대주주 3인 연합, 한미약품 독자 경영 선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대주주 3인 연합 측이 내세운 전문경영인을 강등하는 인사를 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서다빈 기자]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하루 아침에 사장에서 전무로 좌천됐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는 대주주 3인 연합(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측이 내세우고 있는 전문경영인에게 문책성 인사 발령 내리면서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임종훈 대표이사는 지난 28일 박재현 대표이사의 직위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했다. 박재현 대표이사는 지방 지사로 발령이 났으며, 관장업무도 경영총괄에서 제조본부로 변경했다.

박재현 대표이사는 임종훈 대표이사와 갈등을 겪고 있는 대주주 3인 연합이 내세운 전문경영인이다. 박재현 대표이사는 지난 3월 임주현 부회장이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간의 통합을 추진할 당시 임주현 부회장의 기자회견 현장에 자리했으며, 임종윤 사내이사와 임종훈 대표이사가 제시했던 기업의 비전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종훈 대표이사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박재현 대표이사가 지주사를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한미약품 경영관리본부의 인사를 발령한 것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해석된다. 박재현 대표이사는 지난 28일 한미약품 경영관리본부에 인사팀과 법무팀을 신설하며 독자 경영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기존 한미약품의 인사와 법무 등의 업무는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서 담당했다.

임종윤 사내이사는 이번 인사에 대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배제하고 그 밑에 있는 자회사가 독자 경영을 한다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냈다.

한미약품은 박재현 대표이사 중심의 독자 경영을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동시에 임종훈 대표이사의 인사 조치에 반발하고 나섰다.

한미약품은 지주회사에 위임해 왔던 인사 부문 업무를 독립시키고 회사 내 인사조직을 별도로 신설했다. 아울러 독자경영을 위해 필요한 여러 부서들을 순차적으로 신설해 한미약품만의 독자적 경영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하루 아침에 사장에서 전무로 좌천됐다. 박재현 대표이사는 임종훈 대표이사와 갈등을 겪고 있는 대주주 3인 연합이 내세운 전문경영인이다. /더팩트 DB

한미약품은 이 과정이 대주주 3인 연합이 주장해 온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의 도입이라고 밝혔다. 임종훈 대표이사의 인사조치에 대해 "아무런 실효성이 없으며, 오히려 원칙과 절차없이 강행된 대표권 남용의 사례"라며 "지주사 대표의 인사발령은 모두 무효이고, 대표로서의 권한 및 직책은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인사 및 법무 등 업무는 지주회사가 이를 대행하며 계열사로부터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아 왔고, 계열사의 대표가 이를 독립화 시켜 별도 조직을 만드는 행위는 법적으로 아무런 장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종훈 대표는 최근 소액주주들과의 면담에서도 확인됐듯이 주주들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면서 "지분 절반 가량을 보유한 대주주 연합이 주장하는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목소리는 듣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임종훈 대표이사는 임직원에게 "기존 인사프로세스를 따르지 않은 한미약품 대표이사의 인사조치는 무효"라는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전송하며 한미약품 측의 주장에 반박했다. 임종훈 대표이사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의 인사조직 신설을 "외부세력의 새로운 도발"이라고 언급하며 "불온한 의도로 한미를 쥐고 흔들려는 외부세력이 다시는 우리회사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것이며 필요에 따라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의 모든 그룹사는 인사팀을 경유하고 지주사 대표이사의 협의 후 진행됐다"며 "이를 부정할 경우 지주사 설립 후 지금까지의 모든 인사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가 대주주간 갈등 봉합을 요구한 지 한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다시 분쟁이 재발하는 모습이다.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13일 임종훈 대표이사를 만나 "분열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직원들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며 "갈등이 언론을 통해서 표면화되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에 리더쉽의 안정화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장을 전무로 좌천시킨 사례는 업계에서 보기 드문 상황"이라며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극으로 치닫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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