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그랑 콜레오스, 뛰어난 정숙성·준수한 파워 담은 '중형 SUV 역작'


고급 브랜드 버금가는 NVH 강화로 소음 '원천 차단'
단단한 하체로 주행안전성 강화…불편한 UI는 '단점'

경남 거제의 한 카페에 르노코리아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 차량이 전시돼 있다. /김태환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견지망월(見指忘月)."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더니 달을 잊어버리고 손가락을 본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최근 르노코리아는 일부 직원이 자사 홍보 동영상에 극단적인 사상을 제기한 문제로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었다. 하필 4년 만의 신차 '그랑 콜레오스'의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순차적으로 총 1조5000억원을 투자해 3종의 신차를 선보인다는 '오로라 프로젝트'에 크나큰 걸림돌이 됐음은 물론 일부 소비자들은 불매 움직임까지 보였다.

<더팩트>는 지난 28일 르노코리아 공장이 있는 부산에서 출발해 거제까지 르노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 아이코닉 트림의 시승을 통해 차량 외적인 문제인 '손가락'이 아니라 차의 상품성과 성능인 '달'을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넉넉한 공간감과 더불어 고급스러운 내외관으로 상품성을 끌어올렸고, 단단한 서스펜션과 다양한 주행편의기능으로 주행안전성을 극대화했다. 무엇보다도 한 체급 위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고급 브랜드에 버금가는 정숙성으로 품격 있고 안락한 주행을 지원했다.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 차량의 정면, 후면, 측면의 모습. /김태환 기자

'그랑 콜레오스'의 인상은 '고급스러운 귀공자' 같다는 느낌이었다. 가로로 길쭉한 육각형 형상이 촘촘히 박힌 그릴과 더불어 새롭게 디자인된 '로장주' 앰블럼이 세로 육각형 형태로 가운데 박혀 존재감을 드러냈다. 각진 도형을 활용해 단단하면서도 고급감을 높이는 디자인을 택했다. 여기에 두 줄 점선으로 이어지는 주간주행등(DRL)이 매끄럽게 연결돼 역동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함께 시승한 일부 기자들은 "경쟁사 고급 브랜드를 닮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보닛 윗부분에는 주름을 잡아 볼륨감을 줬으며, 조금 더 차가 커보인다는 느낌을 주었다. 측면부를 봐도 평면이 아니라 앞에서 뒤로 이어지는 굴곡을 주면서 독창성을 강조했다. 후면부도 요즘 대세가 된 일자형 DRL이 시원하게 연결됐고, 점선으로 표현된 후미등으로 전면 DRL과 통일성을 줬다.

1열 실내를 보면 광활한 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맞이한다. 계기판과 내비게이션·공조 조작장 디스플레이, 조수석 스크린이 각각 3개의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자리 잡고 있었다. 화면이 크다 보니 시원시원하다는 인상을 받았고, 주행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2열도 넉넉한 공간을 자랑하는 데다, 시트가 뒤로 조금 더 젖힐 수 있어 안락함을 더했다.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의 1열 모습. 3개의 12.3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이다. /김태환 기자

운전석에서 조수석 디스플레이를 바라보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운전석에서 보는 각도로는 화면이 보이지 않도록 설계해 안전을 더했다. 비상등을 비롯한 일부 공조장치는 직관적인 피아노 건반식으로 설계돼 손쉽게 누를 수 있었다.

시트와 내장재에 인조 나파가죽, 스웨이드, 알칸타라 등을 활용했는데, 촉감이 천연가죽 못지않은 고급감을 제공했다. 시트에는 파란색, 붉은색 등 강렬한 색상의 퀼팅을 적용해 마치 장인이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한 것 같은 느낌도 선사했다.

아쉬운 지점이 있다면 사용자경험(UI) 디자인이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다는 데 있었다. 예를 들어 통풍시트를 켤 때 공조 화면을 조작해 공조장치 항목을 들어가 운전석을 터치하고 다시 통풍시트를 눌러 활성화해야 동작했다. 여러 번 화면을 터치해야 한다는 점에서 운전 도중에 조작하기 매우 불편했다.

르노코리아 측은 지리자동차의 차량을 기반으로 완전히 '르노 스타일'로 소프트웨어를 처음부터 구성하다 보니, 다소 UI가 정리되지 않은 지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가락으로 조작이 어렵지만 SK텔레콤과 협업을 통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누구 오토(NUGU auto)를 탑재해 창문 열기, 공조장치와 같은 간단한 조작은 음성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음성인식의 정확도가 높아 오히려 말로 지시하는게 훨씬 편했다.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의 기어 레버(위)와 공조장치 버튼 모습. /김태환 기자

시승차에는 출력 100kW의 구동 전기 모터와 발전 기능을 겸하는 고전압 스타트 모터(출력 60kW)로 이뤄진 듀얼 모터 시스템을 4기통 1.5L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과 결합한 파워트레인이 적용됐다. 1kW의 전기차 출력은 약 1.36마력(ps)인데 100kW면 136마력을 순수하게 전기모터로만 뽑아낼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동급 하이브리드 모델 중 최고 용량인 1.64kWh의 배터리를 탑재해 전기모터로만 주행 가능한 거리도 상당히 길었다. 실제 주행을 시작할 때 도심 저속 구간에서는 엔진의 개입이 거의 없었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 합산 245마력으로 일상 주행은 물론 고속 구간에서도 힘이 넘쳤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밟는 대로 쭉쭉 치고 나갔다. 거제와 통영의 해안도로 와인딩을 하며 다소 험난한 오르막과 코너에도 동력장치들이 무리한다는 느낌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서스펜션은 다소 단단하게 세팅됐지만, 그 와중에도 부드럽게 차량을 제어했다. 경쟁사 KG모빌리티의 '액티언'이 매우 단단해서 과속방지턱을 넘으면 '터덩 터덩' 하면서 차가 튀는 느낌이었다면, 그랑 콜레오스는 '훌쩍' 뛰어넘고 딱 차체가 잡히는 인상을 받았다.

변속기는 3단으로 구성된 '멀티모드 오토 변속기'가 탑재됐는데, 기어·컨트롤러가 내재된 인버터를 모두 결합한 일체형 구조다. 이러한 일체형 구조를 통한 최적화로 동급 경쟁 모델 대비 100kg 가까운 경량화를 구현했다고 한다.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의 러기지 공간 모습. 2열을 완전히 접은 상태다. /김태환 기자

다만 기어가 3단뿐이라 속도를 즐기는 운전 성향이라면 다소 당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쭉 1단으로 주행하다 변속될 때 차가 꿀렁이면서 다소 불편함을 주기도 했다. 패밀리카로 정속주행을 한다면 변속충격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랑 콜레오스를 타고 가장 놀랐던 점은 '정숙성'이다. 경쟁차종들과 비교해 차음성이 훨씬 뛰어났고, 수입차 고급 브랜드에 버금가는 수준의 정숙성을 자랑했다. 풍절음은 시속 120km까지 속도를 올리지 않으면 유입되지 않았고,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요철이 없다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차량 바닥과 대시보드, 휠하우스, 트렁크 플로어 등에 흡차음재 밀도를 현저히 높이고 1열에 이중 접합 차음 글라스를 적용해 풍절음을 막았다. 타이어는 금호타이어의 SUV 전용 타이어 '크루젠' 흡음 타이어를 적용해 타이어 소음도 개선시켰다. 여기에 보스 사운드 스피커를 적용하고, 엔진과 타이어,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분석해 그와 반대되는 반사파를 재생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적용했다.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에는 금호타이어의 SUV 전용 흡음 타이어 크루젠이 적용된다. /김태환 기자

그랑 콜레오스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3777만원부터 시작한다. KG 모빌리티의 '액티언'은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고 현대자동차 투싼이나 기아 스포티지는 체급이 살짝 낮다. 기아 '쏘렌토'와 현대차 '싼타페'와의 경쟁이 고려되는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과 우수한 정숙성을 감안한다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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