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은 늘렸는데…정부, 전기차 화재 예방책 실효성 의문


전기차 스마트 제어 충전기, 화재 진압 장비 확대 보급
전문가 "근본적 해결 위해선 '연구개발비 투자' 늘려야"

정부가 2025년 예산안에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한 예산을 확대 편성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소된 벤츠 전기차가 지게차로 옮겨지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최근 잇달아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서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2025년 예산안에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한 예산을 확대 편성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가 두 자릿수 예산 확대를 예고했지만,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5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에 담긴 20대 핵심과제 중 하나로 '전기차 화재 효과적 대응'을 제시했다. 전기차 화재, 배터리 공장 화재 등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화재 진압 기술 개선 지연 등으로 신속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게 정부 진단이다.

이에 정부는 해법으로 배터리 과충전 제어와 이상징후 모니터링이 가능한 '전기차 스마트 제어 충전기 보급'을 올해 2만3000대에서 내년에는 9만5400대로 확충하고, 무인파괴방수차를 추가로 6대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이동식수조, 질식소화덮개, 관통형 방사장치 등 전기차 화재진압 특수장비도 63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관련 장비 확충 예산은 올해 3275억원에서 내년에 6230억원으로 90%가량 늘렸다.

아울러 전기차 화재 위험성 분석 및 대응기술 등에 대한 연구개발비도 올해 39억원에서 129억원으로 늘려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대응 기술 개발, 리튬금속 적용 소화약제 개발, 화재 대응 및 관제시스템 기술 표준화 지원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술, 산업 발전에 따른 배터리, 전기차 화재 등 '신유형재해'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재해 대응 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기존의 기술·장비 대응 한계로 국민 생활밀착형 소규모리튬이온배터리 화재 대응을 위한 소화약재 개발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예방·대응 장비도 확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7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상황을 가정한 소방 대응 합동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환경부는 28일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전기차를 비롯한 무공해차 전환 예산을 3조537억원에서 3조1915억원으로 4.5% 상향했다고 밝혔다. 친환경차로의 전환 예산이 전체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지원은 줄이고, 충전 인프라 구축과 안전성 강화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내년에 대폭 늘리기로 한 스마트 제어 충전기는 928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완속 충전기 7만1000대를 신규로 설치하고, 과충전 제어 기능을 탑재한 급속 충전기를 4400대 보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기존에 설치된 공동주택의 노후화된 완속 충전기 2만대를 순차적으로 교체할 방침이다.

반면 전기차 보급 확대와 직결된 보조금 단가는 승용차와 화물차 모두 100만원가량 축소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기 승용차에 대한 보조금 기본 단가는 4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전기 화물차는 11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인하되며, 배터리 안전관리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탑재했는지 여부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전기차 화재·급발진 의심 사고 등 자동차 안전 관련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내년에 시험차종 확대 등 자동차안전평가를 강화, 예산을 올해보다 11.6% 늘린 183억원으로 편성했다.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은 9월 2일 국회에 제출돼, 국회 심의·의결을 거쳐 오는 12월 확정될 예정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늦었지만 다행이다. 다만 스마트 제어 충전기 작동을 위해 차량 제조사의 배터리 정보 제공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의 노력 외에 민간 차원의 안전 캠페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 예산안에 담긴 내용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증액된 대부분의 전기차 관련 예산이 스마트 제어 충전기 보급과 화재 진압 특수장비 확대에 집중돼 있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전기차, 배터리 화재의 근본적인 예방은 관련한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129억원 규모의 연구개발비 지원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결국 돈 싸움이다. 화재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