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오승혁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구성원들이 이진숙 위원장의 탄핵소추로 인한 리더십 공백 장기화와 이에 따른 업무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27일 방통위 측은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금지법 관련 과징금 부과와 스팸 메시지와 관련해 진행한 긴급 현장 조사 결과 및 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탄핵소추로 위원장은 직무정지 되어 있고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사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의결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말에 지상파 방송 사업자 재허가 건과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에 관해 이동통신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문제를 조사하고, 방통위 차원에서 입장을 발표하면서 관계사들과 논의를 활발하게 해야 하는 등의 현안이 쌓여있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이외에도 시장조사 심의관실에서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조작 의혹 등을 비롯한 미디어 관련 중대 사항에 대해 재조사하는 건들이 몇 개 있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의결이 시급한 여러 건의 현업 안건이 산재해 있지만, 방통위 구성원들은 리더십 부재로 인해 업무 처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26일 방통위 임직원들의 이러한 불편을 의식한 듯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통위 직원 3분의 1이 스트레스 지수 '위험'을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필요한 공무원에게 직원들의 심리상담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심리상담은 이전부터 신청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원되던 복지 중 하나라며, 주기적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일부 직원 외에는 내부 기관 이용 부담 등의 문제로 외부 시설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안다"며 "지금 방통위에 필요한 것은 심리상담 지원이 아닌 빠른 탄핵소추 안건 처리"라고 강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6일 "단지 2인의 위원으로 중요 사항을 심의 및 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방통위가 새로 임명한 이사 6명의 임기는 1심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된다.
방통위는 법원 결정에 대해 즉시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통위는 방통위법 13조 1항에 명시된 '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는 때에 위원장이 소집한다'와 13조2항의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어 법원의 결정을 반박하고 나섰다.
다만 방통위가 대통령과 국회가 추천한 5인의 상임위원으로 이뤄진 합의제 행정기관이라 방통위의 반박에는 힘이 실리지 않는다. 또한 이 위원장이 지난 2일 야당의 탄핵소추로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고 있는 직무정지 상태라 방통위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
탄핵소추 상태에서는 이 위원장의 자진 사퇴가 불가능하며, 통상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심판에는 6개월 가량이 소요된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에 교체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4명 가운데 3명의 임기 만료 시기가 10월이라 '10월 업무 마비' 설까지 나오고 있어 실제 탄핵 가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관계자는 "대전MBC 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영업이익이 90% 감소한 경영 악화 속에서도 법인카드와 관용차량을 사적으로 남용하고, 무단결근 후 해외여행을 떠났다는 각종 의혹을 받아 언론계에서 반대하던 이진숙 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며, "미디어의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인물의 발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