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정부가 내년 예산 규모를 올해보다 3.2% 증가한 677조4000억원으로 정했다.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경상성장률인 4.5%에 미치지 못하는 '긴축 재정'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27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2025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예산안은 다음 달 초 국회에 제출되고, 각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위의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12월 확정된다.
정부 예산안의 특징은 지출 억제다. 문재인 정부 시절 편성한 2018~2022년 예산의 평균 증가율(8.7%)과 비교하면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다.
내년 불필요한 예산을 덜어내는 지출구조조정은 24조원 규모로 실행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2023년 24조원, 올해 23조원에 이어 재차 24조원을 기록하며 허리띠 졸라매기가 이어지게 됐다.
이에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치 비율은 -2.9%로 올해(-3.6%)보다 0.7%포인트(p) 개선된다. 재정준칙 기준인 -3.0% 이내로 관리재정수지가 들어온 건 2019년(-2.7%) 이후 처음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글로벌 주요 국가들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크게 약화됐다"며 "지금은 약화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정상화하고 강화하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 규모는 20조8000억원(3.2%) 늘어난 677조4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총지출 증가율은 올해 2.8% 대비 0.4%p 늘어났지만 지난해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발표한 4.2% 대비 1.0%p 감소한 수준이다.
문 정부 5년간 평균 증가율이 8.7%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윤 정부 3년간 평균 총지출 증가율은 3.7%로, 건전 재정을 확립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가다.
총수입은 39조6000억원(6.5%) 증가한 651조8000억원으로 짜였다. 내년에도 총지출 규모가 총수입을 뛰어넘어 6년 연속 적자 예산안이 편성됐다.
국가 채무는 1277조원으로, 올해보다 81조3000억원(0.8%) 늘어난다고 봤다. 연구개발(R&D) 예산의 경우 2023년 29조3000억원과 비슷한 29조7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 확보한 재원을 약자 복지, 경제 활력 확산, 미래 체질 개선, 안전한 사회·글로벌 중추 외교 등 네 가지 정책 분야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약자 복지를 위해선 기초생활보장을 강화하고 노인·장애인·취약 아동 맞춤형 보호, 일자리를 통한 취약계층 도약 지원, 교육·주거 사다리 구축 및 문화 격차 해소 등을 위해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
경제 활력의 경우 소상공인 전주기 맞춤형 지원, 농어민 소득 확충 및 농수산물 물가 안정, 선도형 R&D 개혁과 첨단 산업 육성, 수출 모멘텀 확산과 중소·벤처기업 스케일업 관련 예산을 배정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체질 개선 사업으론 저출생에 대응하기 위해 일 가정 양립·돌봄·주거 지원을 강화하고 필수 의료 확충 및 지역의료 복원으로 복지를 두텁게 만들 계획이다. 이 외에도 청년 지원 방안과 지방 도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한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전기차 화재 방지를 위해 스마트제어 충전기 확대 사업을 추진하고 병사 봉급 인상, 보이스 피싱 조기 경보, 범죄 피해자 지원 및 2차 범죄 피해 우려자에 대한 경호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최 부총리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은 민생 해결에 중점을 뒀다"며 "저소득층에 대한 생계 급여를 대폭 인상했고 소상공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등 분야별로 필요한 분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기 위해 민생 해결 예산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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