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에 집중호우…잇단 악재로 자동차보험료 오를까


손해율 상승에 손보사 자동차보험 적자 상품 전환 우려
집중호우, 전기차 화재 등에 보험료 인상 의견도

최근 국내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가 이어지면서 손해보험사가 보험료 인상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오전 인천 서구 당하동 자동차 공업소에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가 옮겨지고 있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근 국내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가 이어지면서 손해보험사가 보험료 인상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올해 집중호우, 전기차 화재 등 잇단 악재가 겹치면서 손해율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27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의 여파로 손해율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일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량에 불이 붙으면서 800여대의 주변 차량까지 피해가 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6일에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서 주차돼 있던 테슬라 차량에 불이 났다.

여기에 올해 여름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한 차량 침수 피해가 늘면서 손해율 상승을 부추겼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6일부터 22일까지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12개 손보사에 접수된 차량 피해는 3496건, 침수 피해액은 3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8월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2395건, 175억원)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실제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7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80.1%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77.7%) 대비 2.4%포인트 올랐다.

보험사별로는 DB손해보험이 78.7%로 가장 낮았다. 이어 △메리츠화재 78.8% △삼성화재 79.2% △KB손해보험 79.4% △현대해상 80.7% △한화손해보험 81.8% △롯데손해보험 82.1% 등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사가 사고가 난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로부터 받은 수입보험료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손해보험업계는 손해를 보지 않는 자동차보험 적정손해율을 80% 이하로 보고 있다.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을 초과하면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을 검토한다.

대형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부문 손익은 일제히 악화된 상태다. 삼성화재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1% 감소했다.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도 각각 10.7%, 45.4% 줄었다.

다만, 손해율 악화에도 손보사들이 실제로 자동차보험료를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동차보험료는 손보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민간 영역이나 2000만명이 가입하는 의무보험으로 정부의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특히 물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자동차보험료 조정에 금융당국은 일정 수준 개입을 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22년부터 손보업계는 정부의 상생금융 기조에 동참하기 위해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해 왔다. 2022년 초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2% 내외로 내렸고, 지난해는 2.0~2.9% 수준으로 자동차보험료를 낮췄다. 손보업계는 올해 2월에도 상생금융 동참 차원에서 2~3% 가량 보험료를 내렸다.

손해율 악화에도 손해보험사들이 실제로 자동차보험료를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팩트 DB

일각에선 전기차와 비전기차를 구분해 보험료 조정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사고율이 높은 전기차에 국한해 보험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정부와 손보사가 타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화재·폭발에 의한 전기차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담보) 사고는 전기차 1만대당 0.93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차(이하 하이브리드차 포함) 화재·폭발 사고는 1만대당 0.90대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와 관련 손보사들은 집중호우, 전기차 화재 등 잇단 악재가 겹치면서 손해율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하반기 손해율 지속 상승 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7월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피해로 손보사들 대부분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하반기 손해율 상승이 계속된다면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이번 청라 화재 사고의 전체 피해댓수를 볼 때 차량 피해액만 1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온다. 전기차 화재로 인한 보험료 인상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역시 전기차 화재를 둘러싼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제조사에서 자율적으로 시행 중인 배터리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 2월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배터리 인증제 시범사업을 올해 10월로 앞당겨 시행한다. 모든 신축 건물 지하 주차장에 화재 조기 감지 및 확산 방지용 습식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도 추진된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로 보험료 인상을 고민하고 있지 않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몇 건의 큰 사고로 전기차 화재가 부각되었지만 당장 보험료 인상을 이야기 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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