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상>] HD현대, HMM 주식 처분…'정주영 손때' 묻은 현대상선 어디로?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삼호, HMM 주식 전량 매각

HD현대가 최근 현대상선이었던 HMM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사진은 HMM의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블레싱호. /HMM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용환·박병립·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문은혜·이성락·김태환·이한림·정소양·이중삼·오승혁·최문정·최의종·이선영·우지수·이라진·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성락 기자] 이어지는 무더위 속 경제계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슈가 지속해서 발생했습니다. 특히 지난 한주는 지분 정리와 관련한 여러 이야기가 흘러나왔는데요. 먼저 HD현대가 현대상선이었던 HMM 지분을 전량 매각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재계에서는 계열분리를 예고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지분 정리를 본격화하며 큰 주목을 받았죠.

금융권에서는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김 위원장은 금융권 CEO와 잇달아 만나는 '릴레이 간담회'를 시작했는데요. 첫 간담회부터 '쓴소리'가 나왔다고 하던데,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 몸값 오른 HMM, 사실상 국영 회사…인수 기업 주목

-범현대가(家) 소식부터 들어볼 텐데요. HD현대가 최근 현대상선이었던 HMM 지분을 전량 매각했죠?

-그렇습니다. HD현대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HMM 주식 338만475주를 661억9000만원에 매각했는데요.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 HD현대삼호는 HMM 주식 149만7024주를 276억5500만원에 매각했습니다.

-지분 처분 이유가 궁금하네요.

-HD현대가 HMM 주식을 취득한 시기는 2006년입니다. 당시 HD현대 전신이던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상선 지분 26.7%를 4950억원을 들여 확보했는데요. 당시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한 배경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에 처해있는 현대상선을 도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현대중공업그룹이 당시 KCC 지분을 합하면 현대그룹에 앞서게 되는 상황이어서 경영권 분쟁을 우려했는데요. 이후에도 현대상선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18년 만에 HD현대가 고 정주영 회장의 손때가 묻은 HMM 지분을 전량 매각했습니다.

-현대그룹도 현대상선으로 속앓이를 많이 했죠?

-지난 2013년 현대그룹이 현대중공업 지분을 희석하고자 주주총회에서 우선주 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통과시키면서 경영권 분쟁은 잠잠해졌습니다. 그러나 현정은 회장은 쉰들러홀딩AG가 2대 주주로 올라오면서 법적 분쟁을 겪는 등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HD현대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때가 묻은 HMM 지분을 취득한 뒤 전량 매각한 배경에 대해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정 명예회장의 23주기를 맞아 범현대가(家)가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정 명예회장의 옛 청운동 자택에 모인 가운데,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자택에 들어서는 모습. /이새롬 기자

-HD현대가 HMM 지분을 털면서 HMM과 현대가의 연관성이 다소 떨어져 보이는데, 향후 전망은 어떤가요?

-전망에 앞서 HMM 역사를 짚어야겠는데요. HMM, 옛 현대상선은 정주영 회장의 손길이 닿을 당시인 1976년 현대중공업이 출자해 아세아상선으로 설립됐습니다. 1985년 현 회장 부친이 설립한 신한해운을 흡수하면서 몸집을 불렸는데요. 1995년에는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도 했죠.

하지만 2007~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로 해운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현대가의 손을 떠나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자회사가 됐습니다. 현대상선을 잃은 현대그룹은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전락했는데요. 이후 명칭도 HMM으로 변경됐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HMM에 기회가 됐습니다.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공급망 단절 등을 이유로 해상운임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HMM 실적도 개선됐는데요. 몸값도 상당히 올랐습니다. 지난해 말 HMM 인수와 관련해 우선협상대상 기업으로 결정됐던 하림 측이 제시한 금액이 6조원으로 알려졌는데요. 산은과 해진공이 CB(전환사채)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물량을 만기 도래 때마다 주식으로 전환하고 있어 HMM 지분이 지난해 말 38.9%에서 현재는 61.07%로 22% 이상 높아졌습니다. 추가로 전환할 물량도 있어 앞으로도 몸값은 더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업계 모범생 HD현대가 HMM 인수와 관련해 의욕을 보일 가능성은 전혀 없나요?

-정기선 부회장을 얼굴로 내세운 HD현대 측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HMM이 조선업계와 엮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HD현대 측은 HMM 지분 매각을 놓고 "보유 지분 매각을 통한 재무건전성 제고 차원"이라는 입장을 밝혔죠.

-범현대가에 포함되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은 있나요?

-가능성이 없진 않습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인수합병을 통한 미래 성장을 도모하는 분위기입니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는 지난 6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미래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면 인수합병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에어인천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과정에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글로비스는 1500억원을 투자해 에어인천 컨소시엄에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해운·육상·항공 등 종합 운송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의지로 보입니다.

-산업은행은 당장 재매각을 시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는데요.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민간에 매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만큼 향후 움직임을 지켜봐야겠습니다.

rocky@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