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횡령 꼬리표 떼고 노인회장 중임 성공할까


회삿돈 4300억원 횡령 판결로 17대 회장 임기 못 마치고 하차
사면 복권으로 장고 끝 19대 출마 결심…명예회복 차원 해석도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제19대 대한노인회장 선거에 출마를 결정하면서 지난 17대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하차했던 불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팩트 DB

[더팩트ㅣ박용환 기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제 19대 대한노인회장 선거에 출마를 결정했다. 횡령죄로 지난 17대 노인회장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던 이 회장이 도덕성 논란을 딛고 중임에 성공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3일 재계 및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중근 회장은 지난 19일 대한노인회 회장 후보 접수 등록을 마쳤다. 대한노인회는 지난 21일까지 후보 등록 진행한 결과, 이 회장을 비롯해 김호일 현 대한노인회장과 오제세 전의원, 이규택 전의원 등이 출마를 확정했다.

제19대 대한노인회장 선거는 오는 27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구 거구장)에서 실시된다. 각 시군지부장 245명과 광영시도 연합회장 16명, 해외지부장 15명 등 약 292명이 선거에 참여하며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후보가 당선된다.

현재 회장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김호일 전 의원이 차기 회장 선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노인회 내부에서 회장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어 선거 판세를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에 몸을 담았던 후보들과 달리 기업인인 이중근 회장은 인지도는 물론, 노인회 내부에서도 호의적인 평가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17대 대한노인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어 위상이 남다른 측면이 있다. 재직 기간 동안 전국의 노인 회장들에게 매달 1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했던 것이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것만 봐도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어색하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지난 2017년 17대 노인회장으로 선출된 뒤 불미스런 사건으로 임기 4년 중 1년을 채우지 못하고 2020년 8월에 하차했던 전력은 19대 회장 후보로서 상당한 결점이 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 복권됨에 따라 법적인 멍에를 벗었다고는 해도 회삿돈 4300억원을 횡령했다는 판결은 여전히 이 회장에 꼬리표처럼 남아있다.

때문에 최근 잇따른 기부 행보가 횡령 사건의 오명을 덮고 19대 회장 출마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못마땅한 시선도 존재한다. 연장선상에서 이 회장이 19대 회장에 도전하는 것은 17대 중도 하차의 불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1941년 생인 이 회장에게는 마지막 명예회복의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영그룹은 이 회장의 개인적인 일이라며 겉으로는 거리 두기를 하는 모습이다. 부영그룹 측은 "(이 회장의 선거 출마는) 개인적인 차원의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고향 지인들에게 많게는 1억씩 통장에 입금하는 등 이색적인 기부로 세간의 호기심을 끌고 있던 이 회장이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 이슈를 선점하며 착한 이미지를 굳힌 것은 부영그룹이 출생아 1명당 1억원을 주겠다고 결정한 일이 큰 몫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왕성한 기부를 통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노인회의 복지에 관심을 갖고 일해주길 바라는 회원들이 많을 것"이라며 "하지만 회삿돈을 횡령해 17대 회장직을 중도 하차했던 것 또한 사실이라 노인회 내에서도 노인회장 후보로 나선 그를 보는 시선이 복잡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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