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과 관련한 소송 결과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이혼 소송 항소심에 이어 위자료 청구 소송 1심 등 최근 재판에서는 노 관장이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었다. 그러나 '세기의 이혼'의 결말은 아직 알 수 없다는 평가다. 시선은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액을 다루는 이혼 소송 상고심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판사 이광우)는 22일 오후 노 관장이 최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김 이사장이 최 회장과 공동으로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노 관장 측이 일부 승소한 결과다. 당초 30억원대 위자료를 원했다. 재판부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최 회장과 김 이사장에게 있다고 인정하면서 이혼 소송 2심의 위자료 액수와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연인으로 발전하기 전부터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이미 혼인 파탄 관계였다'는 김 이사장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88년 결혼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2015년 김 이사장의 존재를 알리며 이혼 의사를 밝혔고, 2017년에는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노 관장은 이혼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최 회장을 상대로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노 관장은 이혼 소송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3월 이혼 소송과 별개로 김 이사장을 상대로 이번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 이사장 측은 이날 소송 결과와 별개로 노 관장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도가 지나친 인격 살인은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김 이사장 측 법률대리인인 배인구 변호사는 "김 이사장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노 관장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했다"며 "다만 저희는 원고의 혼인 파탄이 먼저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산분할 소송에서 유리한 입지를 위해 기획된 소송이라고 보고 있다. 김 이사장과 가족들은 이미 10여년 동안 치밀하게 만들어진 여론전과 가짜뉴스들로 많은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노 관장은 최근 결과가 나온 두 번의 '세기의 이혼' 관련 재판에서 웃게 됐다. 위자료 청구 소송에 앞서 지난 5월 말에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재산분할 1조3808억원,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655억원,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는 1심 결과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1심은 노 관장이 SK 주식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 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항소심은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했다.
그렇다고 전세가 한쪽으로 기운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최 회장 측이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이 판단에 따라 원점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노 관장 측은 따로 상고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 21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을 1부에 배당했다. 1부는 주심 서경환 대법관을 비롯해 노태악·신숙희·노경필 대법관으로 구성돼 있다.
상고심 재판의 핵심 쟁점 역시 '노 관장의 SK 성장 기여도'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경(현 SK) 300억'이라고 적힌 '쪽지 메모'를 유입된 비자금의 근거로 해석해 SK 성장에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 SK 주식에 대한 몫을 인정했는데, 판결 이후 해당 내용과 관련한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 "300억원이 SK에 유입된 것이 아니라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이 SK에 요구한 노후 자금"이라는 증언이 잇달아 나오면서 결과가 뒤집힐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관측이다. 상고심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의 진위를 중심으로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한 재산분할 범위가 적절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은 지난 5일 500쪽 분량의 상고이유서를 제출하며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유입된 적이 없다고 적극 반박했다. 또 항소심 재판부가 언급한 '6공 특혜설'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 측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며 "특혜가 아니라 오히려 역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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