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곳곳서 성과" LG전자 미래 성장 책임질 사업은 무엇?


LG전자, CEO 주관 '인베스터 포럼' 개최
2030 미래비전 발표 후 중간 성적 공개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21일 오전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인베스터 포럼에 참석해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의 경과·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유튜브 캡처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가전에 이어 LG전자의 미래 성장을 책임질 사업은 무엇이 될까. LG전자가 지난해 7월 가전 명가를 넘어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 1년여 만에 해당 비전의 중간 성적표를 공개했다.

LG전자는 21일 오전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국내외 기관 투자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초청해 '인베스터 포럼'을 열었다. 중·장기 전략 추진의 경과와 계획을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 시장과 소통하며 보다 투명하게 알리고자 하는 취지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무대에 올라 2030 미래비전 발표 이후 1년여간 추진해 온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의 경과·방향을 소개하고, 이 과정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 사업의 비전을 설명했다.

2030 미래비전은 가전을 넘어 홈·커머셜·모빌리티·가상공간 등 고객의 삶이 있는 다양한 공간에서 고객 경험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위해 미래 지향적 사업 구조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고 '7·7·7(연평균 매출 성장률 7%·영업이익률 7%·기업 가치 7배)'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이다.

먼저 조 CEO는 2030 미래비전 재무적 목표의 중간 진척 상황을 공유했다. 올해 상반기 경영 실적(LG이노텍 제외)을 기준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 성장률은 8%, 영업이익률은 6%, EV/EBITDA 멀티플(기업 가치)은 4배 수준이다.

조 CEO는 "어떤 분은 이러한 결과가 다소 아쉽다고 말한다. 그러나 LG전자는 미래비전 달성의 기반을 착실하게 다지는 동시에 다양한 영역에서 구조적 변화와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과 책임 의식을 가지고 목표 달성을 위해 일관성 있고 강력한 전진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 전략 4대 방향성 제시

조 CEO는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 방향과 경과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LG전자는 △기존 사업의 성장 극대화 △플랫폼 기반 서비스 사업 △B2B 가속화 △신사업 육성 등의 전략 방향 아래 포트폴리오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기존 사업의 성장 극대화는 가전·TV 등 성숙 단계에 접어든 주력 사업의 한계를 돌파하고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시도다. 일회성 판매에 그치던 가전 사업에 서비스를 결합해 구독 사업을 펼치거나, D2C(소비자 직접 판매) 확대로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히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조 CEO는 이러한 시도가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주력 사업의 꾸준한 성장과 수익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국내 가전 매출은 한국 가전 시장의 두 자릿수 이상 역성장에도 가전 구독 등으로 신규 수요를 창출하며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 시장에서도 제품·가격 커버리지 및 D2C 확대에 힘입어 최근 3년간 가전 매출이 전체 시장 대비 1.5배 이상 빠르게 성장했다.

플랫폼 기반 서비스 사업은 전 세계에 판매된 수억대 제품을 일종의 플랫폼으로 활용하며 콘텐츠·광고·서비스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TV 사업의 지향점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으로 정하고 webOS 광고·콘텐츠 사업을 가속화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18년 이후 webOS 플랫폼 기반 광고·콘텐츠 사업 연평균 성장률은 64%에 달한다.

B2B 가속화의 경우 디지털·전기화 등 시장 변곡점과 연계해 자동차부품, 냉난방공조(HVAC), 스마트팩토리 등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B2B 비중을 45%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1년 27% 수준이던 B2B 비중은 올해 상반기 35%까지 올랐다.

전장 사업은 수주 잔고 100조원 이상을 확보했다. 디지털 콕핏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으며 사업 확장을 위한 글로벌 생산지 투자도 활발하다. 냉난방공조 사업은 인버터, 히트펌프 등 기술력을 앞세워 고효율·친환경 시장을 주도하는 동시에, 최근 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에 칠러 등 냉각시스템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고속 성장을 추진해 나간다.

최근 본격화한 스마트팩토리 사업은 60여년의 제조 노하우에 AI·로봇 등을 접목, 그간 LG그룹 내 다양한 산업군에서 검증된 역량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대한다. 올해 말 기준 수주액은 2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성장의 기반이 될 유망 신사업 영역 투자도 지속한다. 상업용 로봇은 AI 기반 소프트웨어 중심 로봇(SDR) 역량 확보, 전기차 충전 사업은 글로벌 유력 파트너와 협업해 사업 기회 확보에 매진한다.

이성진 LG전자 구독영업담당 상무가 구독 사업의 매출 성장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유튜브 캡처

◆ '연매출 1조' 유니콘 사업 연이어 출격 준비

이날 LG전자는 현재 성과와 앞으로의 성장 비전을 상세히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조 CEO는 "LG전자는 시장에서 1조원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는 벤처를 유니콘 기업으로 부르는 것에서 착안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혁신하는 과정에서 연매출 1조원 이상을 내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유니콘 사업'으로 부르고 있다"며 "가전 구독의 경우 이미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넘기며 '유니콘 사업' 위상을 확보했고, 가까운 시일 내 또 다른 유니콘 사업 등극이 기대되는 시드 사업군들도 본격적인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구독 사업은 지난해 연매출 1조1341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도 대비 33% 성장한 수치다. 올해 들어서는 성장세가 더욱 가파르다. 올해 가전 구독 매출은 60% 가까이 올라 1조8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LG전자 국내 가전 매출 중에서 구독 비중은 지난해 15%에서 올해 20%를 넘어섰으며, LG베스트샵에서 정수기를 제외한 대형 가전 구매 고객 중 35% 이상이 구독을 선택하고 있다.

가전 구독의 고속 성장 비결은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킨 데 있다. 고객은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고, 원하는 기간만큼 전문가의 관리를 받으며 가전을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다. 구독 기간 무상 서비스도 유지된다.

차세대 유니콘 사업으로는 webOS 기반 광고·콘텐츠가 꼽힌다. 해당 사업은 전 세계 수억대 제품을 플랫폼으로 삼아 추가 수익원을 창출하는 모델이다. 올해 매출이 지난 2021년 대비 4배 성장해 1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LG전자는 이 사업의 고속 성장을 위해 △모수(母數) 확대 △수익 모델 다변화 △사업 역량 강화 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냉난방공조 사업은 3년 내 유니콘 사업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정용 에어컨부터 빌딩·학교·공공기관 등의 상업용 에어컨, 공장·발전소 등에 들어가는 산업용 공조시스템, 보일러를 대체하는 히팅 영역 등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AI 열풍에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가 늘어나며 냉각시설로 활용되는 칠러 사업의 기회가 새롭게 열리는 추세다. 칠러는 냉매로 물을 냉각시켜 차가운 바람을 만들고 대형 건물 등에 냉방을 공급하는 설비다. LG전자 칠러 사업의 최근 3년 연평균 성장률은 15%를 넘어선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은 2배 이상 늘었다.

LG전자는 발전소,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사양의 칠러를 공급해 온 경험과 냉난방공조 사업의 고효율·고성능 원천 기술을 앞세워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액침냉각 등의 신규 솔루션도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 "2030년 B2B·플랫폼 서비스·신사업서 영업익 75%"

LG전자는 중·장기 목표인 2030 미래비전 달성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플랫폼 기반 서비스 사업 확대 △B2B 전환 가속화 △신사업 육성 등의 중점 추진 영역에서 오는 2030년 전사 매출의 50%, 영업이익의 75%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조 CEO는 "투자자들을 만나다 보면 B2C 중심, 가전 중심의 기업 이미지가 가치 평가에 있어 걸림돌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며 "그러나 이미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목표는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높은 성장성과 안정적 수익 확보가 가능한 사업 구조로의 변화를 추진하며 LG전자의 가치를 보다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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