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력 없으면 퇴출…이커머스 옥석가리기 본격화


불안한 자본으로 몸집만 키운 중소 이커머스 줄줄이 폐업
대기업 계열 이커머스도 적자 이어져…"안심 이르다"

티몬·위메프 판매자 대금 미정산 사태가 이커머스 업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배송을 위해 상차 작업 중인 택배들. /이새롬 기자

[더팩트 | 문은혜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 판매자 대금 미정산 사태가 이커머스 업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그간 불안한 자본력으로 서비스를 운영해온 중소형 업체들은 줄줄이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신뢰할 만한 플랫폼을 찾는 소비자와 판매자가 많아지면서 대기업 계열 이커머스는 그나마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지만 몇 년 동안 지속된 적자가 불안요소로 지목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구·가전 등을 판매하는 중소 온라인 쇼핑몰 '알렛츠'가 최근 갑작스럽게 영업을 종료하면서 또 다른 피해 발생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알렛츠는 지난 16일 홈페이지에 '부득이한 경영상 사정으로 오는 31일자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는 공지문을 게시했다.

업계에서는 알렛츠 운영사인 인터스텔라가 티메프 사태 이후 경색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스텔라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매출액은 15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이 104억원에 달했다. 또 이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미지급금은 267억원으로 1년 전(126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알렛츠 입점 판매자와 구매자들이 모인 피해자 오픈채팅방에서는 인터스텔라 대표가 임직원들에게 발송한 메일이 공유되고 있다. 그 안에는 "최근 논의됐던 마지막 투자유치가 8월15일 최종 불발되면서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적혀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티메프 사태 이후 이커머스 시장 내 자금이 경색되면서 알렛츠와 같이 폐업을 결정하는 중소 플랫폼들은 하나 둘씩 늘어나는 추세다.

문구쇼핑몰 '바보사랑'은 티메프 사태가 터지기 일주일 전 돌연 폐업했고 NHN위투가 운영하는 디자인 문구·생활용품 쇼핑몰 '1300k'도 최근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1300k의 경우 서비스 종료에 앞서 대금 정산 일정을 판매자들에게 통보했지만 바보사랑은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고 지난 6월 30일 갑작스럽게 폐업해 대표 등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중소업체 뿐 아니라 큐텐그룹 내 이커머스 계열사 중 하나였던 인터파크커머스도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의 여파로 최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인터파크커머스 관계자는 "일부 채권자의 가압류 등 조치로 정상적인 영업 활동과 소액이라도 계속했던 미정산 대금 지급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한 피해자가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업계에서는 탄탄한 자금력 없이 대금 돌려막기 식으로 외형만 키워온 하위 이커머스 업체들이 티메프 사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급성장하기 시작한 이커머스 호황 덕분에 그동안은 적자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번 일로 사실상 '폭탄'이 터진 셈이다.

반면 신뢰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찾는 소비자와 판매자가 늘어나면서 대기업 계열의 이커머스는 반사이익을 보는 중이다. BC카드 데이터사업본부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 이후 G마켓,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과 SSG닷컴, 롯데온 등 이커머스 결제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출혈경쟁으로 인해 매년 적자를 기록 중이라 안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롯데쇼핑 이커머스 계열사인 롯데온은 2020년 출범 이후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856억원의 영업손실을, 올해 1분기에도 22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근속 3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6월 희망퇴직을 받은 상황이다.

신세계 계열 SSG닷컴과 G마켓도 규모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다. 이 가운데 SSG닷컴은 신세계 계열 이커머스 중에서는 처음으로 지난달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국내 1세대 이커머스 기업으로 꼽히는 11번가는 수익성 악화로 현재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이커머스 업계가 빠른 배송, 다양한 할인 등 서비스를 기반으로 경쟁해왔다면 티메프 사태 이후로는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자금력이 있느냐가 중요해졌다"며 "자본이 받쳐주지 못하는 곳들은 시장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mooneh@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