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SK 주요 경영진들이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실천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날부터 사흘간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에서 '이천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SK그룹의 대표적인 딥체인지(근본적 변화) 플랫폼인 '이천포럼'은 지난 2017년 최 회장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기업이 서든 데스(Sudden Death)하지 않으려면 기술 혁신과 사회·경제적 요구를 이해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통찰력을 키우는 토론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면서 만들어졌다. 당초 경영진 학습 포럼 형태로 출발했지만, 현재 SK 구성원들도 참여하는 집단지성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개막일에는 SK그룹 경영진이 총출동한다. 최 회장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여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 사업 전략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총 103조원을 투자하고, 이 중 82조원을 현재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관련 분야에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5년간 약 3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도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 'AI 시너지'를 겨냥한 결정이었다.
투자 중심축을 AI에 둔 SK그룹은 지난 6월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도 AI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당시 CEO들은 "성큼 다가온 AI 시대를 맞아 향후 2~3년간 HBM 등 AI 생태계와 관련된 그룹 보유 사업 분야에만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구체적인 투자 전략과 사업 추진 방법 등을 논의했다.
최 회장도 AI 중요성을 지속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금 미국은 AI 말고는 할 이야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관련 변화 바람이 거세다"며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신입사원과 만난 자리에서는 "SK 계열사들이 AI 회사로 전환해야 한다"며 "AI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천포럼'에서는 AI 시대를 맞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기 위한 다양한 토론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대 AI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위르겐 슈미트후버 박사,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 등 AI 전문가를 초청한 토론 세션도 예정돼 있다.
이와 함께 SK그룹은 SKMS(SK Management System)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SKMS는 최종현 선대회장이 정립해 최 회장이 계승·발전시킨 그룹 경영 철학이다. 지난 45년간 경영 환경 변화에 맞춰 개정을 거듭하며 고도화되고 있는 SK 경영의 근간이기도 하다. SK그룹은 계열사별 SKMS 실천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실천 방안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이 SKMS를 점검하는 것은 글로벌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강한 기업 문화를 회복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KMS는 19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SK 경영진도 "도전적인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다가올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정신으로 합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그룹 관계자는 "SKMS는 계속 고민해야 한다. 오는 10월 CEO세미나에서도 SKMS가 주요 토론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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