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이 업계가 아닌 증시에서 격렬히 맞붙었다. 증권사 시가총액(시총) 1위를 독주하던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최근 NH투자증권이 왕좌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후 다시 미래에셋증권이 1위를 탈환했으나 NH투자증권의 올해 기세가 매서운 만큼, 양사의 시총 선두 경쟁이 격화될 모양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증권사 단일 종목 기준 시총 1위는 4조6792억원의 미래에셋증권이다. 같은 날 NH투자증권의 시총은 4조3655억원으로 양사의 시총 격차는 3157억원이다.
주가는 미래에셋증권이 7860원, NH투자증권이 1만33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액면가는 양사 모두 5000원으로 동일하나, 미래에셋증권의 상장주식수(5억9531만6408주)가 NH투자증권(3억2749만2299주)보다 월등히 많아 시총이 더 높게 책정된 결과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의 이날 시총 차이인 3157억원은 언뜻 격차가 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시총 추이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양사의 시총 차이가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만 해도 1조원(1조1822억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래에셋증권 시총은 4조5519억원으로 이날 시총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3조3697억원이던 NH투자증권은 8개월 만에 시총을 약 1조원가량 끌어올리며 맹추격했다.
올해 주가 상승률을 봐도 NH투자증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13일 종가 기준 NH투자증권은 올해 1월 2일 대비 주가가 무려 30.90% 뛰었다. 미래에셋증권은 같은 기간 4.52% 올랐고, 삼성증권도 14.69% 상승했지만 NH투자증권에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NH투자증권의 올 초 시총 순위는 삼성증권보다 낮은 3위였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저PBR주' 테마와 정부의 밸류업 기조에 따른 금융주의 강세로 증권사 주가가 고루 상승했지만 미래에셋증권이 보합, 삼성증권이 연초 강세를 주춤한 사이 NH투자증권의 주가 상승률이 남달랐던 것으로 풀이된다.
◆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경쟁…실적·주주환원에 쏠린 눈
이에 시장에서는 시총 선두 경쟁 양상이 격화된 배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우선 실적은 모두 개선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잠정 영업이익을 5457억원으로 집계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5.6% 올랐다고 공시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올해 상반기 543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지난해 부진을 씻어냈다. 실적 격차는 사실상 미비한 수준이다.
그러나 실적 발표 시기와 주가의 상관관계는 맞아떨어진다. 공교롭게도 양사가 실적을 발표한 날 각각 시총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달 25일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NH투자증권은 다음 거래일인 29일과 30일 주가가 크게 오르더니 31일 하루 보합한 후 8월 1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시총 1위에 등극했다. 상반기 호실적이 올해 3월 발표한 13년 만의 자사주 소각과 배당금 규모를 전년 대비 약 14% 확대하는 주주환원책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심리가 투심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미래에셋증권이 시총 1위를 다시 탈환한 날 역시 미래에셋증권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7일이다. 여기에 올해 2월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각각 1000만주씩 진행했다고 함께 공시하면서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이끌었다. 전통적으로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펼쳐온 증권사 인만큼 주주환원 시행이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증권가도 하반기 양사의 실적이나 주주환원책 등에 따라 시총 1위 자리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적 전망은 에프엔가이드 기준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이 각각 2915억원, 234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재 1위'인 미래에셋증권이 다소 앞선 모습이다. 다만 NH투자증권도 견조한 실적과 기존보다 강화한 주주환원 기조에 따라 시총 순위 경쟁에서 발을 빼진 않을 전망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배당 외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 주주환원책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해외주식, 자산관리, 기업금융, 해외법인 등 다각화한 수익구조를 바탕으로 장기적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은 2분기 IB 수수료 수익이 견조한 가운데 운용 손익 증가가 주효했다. 2024년 예상 총주주환원율은 57.3%로 추정된다. 이는 업종 최고 주주환원율"이라며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적극적 고려 중이라고 언급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