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벤츠, 브랜드 이미지 치명타…수입차 왕좌 내려 놓을까


16개 차종 중 14개에 중국 제품 탑재…BMW, 중국산 2개에 불과
지난달 수입차 2위 기록…브랜드 이미지 하락 시 판매 부진 전망

경찰과 소방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차량을 감식하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6시 15분께 해당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에 불이 나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뉴시스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대부분이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브랜드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체 전기차의 약 87%가 중국산을 사용하는 벤츠와 달리 경쟁 수입 브랜드인 비엠더블유(BMW)를 비롯해 현대자동차·기아는 반대로 80~90% 비율로 국산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저품질 배터리를 사용한다는 인식과 더불어 사실상 '중국차'가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가운데 판매 하락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이날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전기차에 사용된 배터리셀 제조사를 공개했다.

벤츠는 국내 제조사 제품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을, 중국 제조사는 CATL과 파라시스에너지 제품을 사용했다.

모델별로 살펴보면 EQC에는 LG엔솔, EQB 모델은 SK온 제품을 활용했다. EQA 모델은 트림별로 CATL과 SK온 제품을 섞어 탑재했다. EQE제품은 EQE 300시리즈만 CATL을, 나머지 트림은 전부 파라시스 제품이 사용됐다. EQE SUV의 경우 500 4 MATIC 모델은 파라시스, 350 4MATIC 모델은 CATL의 제품이 탑재됐다.

EQS는 EQS 350만 파라시스이며 나머지 전 트림은 CATL이 활용됐고, EQS SUV와 MM EQS SUV는 모두 CATL 제품이 사용됐다.

사실상 벤츠 전기차 16개 모델 중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은 14개(87.5%)인 셈이다.

반면 경쟁사들은 반대의 비율로 국산 배터리를 사용했다. 현대차의 경우 캐스퍼, 코나, 아이오닉(플러그인하이브리드), 아이오닉6에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사용했고, 포터 EV, 아이오닉 5(NE), 아이오닉 5(NE PE), ST1에 SK온 제품을 썼다. 제네시스는 GV60, G80(RG3 EV), GV70(JK EV)에 SK온 제품을 썼다. CATL 중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은 코나(SX2 EV)가 유일했다.

현대차는 14개 차종 중 1개만 중국산을 사용(7.1%)한 것이다.

기아의 경우 EV3는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을, EV6와 스포츠 모델 EV6 GT, 대형 EV9은 모두 SK온 제품을 장착했다. 봉고3 EV는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을 이용했으며, 쏘울(PS EV)은 SK온, 쏘울 3세대(SK3)는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을 함께 사용했다.

레이 EV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생산된 버전은 SK온 제품이 탑재됐으며, 지난해 8월 출시된 모델은 중국 CATL의 제품을 사용했다.

니로 EV DE모델(구형)은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을 장착했지만, 신형(SG2)은 CATL의 제품을 탑재했다. 니로 플러스는 SK온 제품을 활용했다. 12개 차종 중 2종(16.6%)이 중국산이다.

BMW의 경우 iX1과 iX3만 중국 배터리 제조사인 CATL 제품을 사용했다. i4 eDrive40, i4 M50, i5 eDrive40, i5 M60, iX xDrive50, iX M60, i7xDrive60, i7 M70은 한국 배터리 제조사 삼성 SDI 배터리를 탑재했다. 11개 차종 중 2개(18.2%)만 중국제품이다.

이처럼 국내에 완성차를 판매하는 자동차 업체 대부분이 한국산 배터리 제품을 사용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벤츠의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벤츠 EQE에 배터리를 공급한 파라시스는 지난 2021년 중국 당국으로부터 고온 환경에서 장기간 사용하면 화재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리콜 지시를 받기도 했다. 당시 파라시스는 결함을 인정하고 약 95억원의 리콜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벤츠는 세계적인 명차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고급 브랜드의 대명사로 불려 왔지만, 전기차에 있어 가장 핵심 부품 중 하나인 배터리를 저품질 중국 제품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자동차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벤츠의 1대 주주와 2대 주주가 모두 중국 자본인 점,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것과 관련해 '짱개'와 벤츠의 합성어인 '짱츠'라는 별명을 짓기도 했다.

벤츠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인천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신을 벤츠 공식 딜러라고 소개한 사람이 판촉 전단지를 제작, 배포해 물의를 빚었다. /뉴시스

여기에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가 나타난 단지에서 일부 벤츠 딜러가 '전기차 화재 지원 프로모션'이라는 제목의 홍보 전단지를 부착하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전단지에는 벤츠 공식 딜러가 자신의 이름과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적고 "전기차 화재 사고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분들께 벤츠를 구매하면 지원 프로모션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남겼다. 이를 본 아파트 주민들은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고 비판했다.

이렇다 보니 국내 수입차 브랜드 판매 실적 1~2위를 다투는 BMW와의 경쟁에서도 밀릴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벤츠는 4369대를 판매해 BMW에 밀려 2위 기록했다. 지난 6월에는 벤츠가 6661대를 판매해 1위를 사수했지만, BMW(6172대)와 근소한 차이가 났다. 사실상 벤츠가 중국산 배터리 사용이 공개된 이후 '싸구려차' 이미지를 지속한다면 판매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1억~2억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에도 중국산 배터리가 사용됐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실망감이 큰 것 같다"면서 "벤츠가 나름대로 대응에 최선을 다하는 것 같지만, 경쟁사보다 다소 늦은 제조사 공개 결정 등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 문제가 더욱 커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벤츠코리아는 다급히 진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벤츠코리아는 주요 경영진이 화재로 피해를 입은 인천 청라 아파트를 직접 찾아 주민들에게 45억원의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또 국토교통부가 지시하는 '특별 점검'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벤츠는 국내에 판매된 전기차 EQE 차량 3000여대에 대한 전수 조사와 무상 점검을 시행하게 된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당국의 조사에 협력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근본 원인을 파악해 그에 따른 적절한 후속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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