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영풍이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취소소송 2심 패소에 불복해 상고장을 냈다. 4000억원 규모의 손해가 발생할 전망인 가운데 노동자 사망 문제까지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업장 폐쇄 주장도 나온다. 실적 악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이슈에 고려아연과의 송사까지 겹치면서 영풍 장씨 오너일가가 고려아연 오너일가와 진행 중인 경영권 분쟁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거론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경상북도를 상대로 낸 봉화군 석포제련소 조업정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을 심리한 대구고법 행정1부(곽병수 부장판사)에 상고장을 제출해 법적 구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8일 공시했다. 재판부는 지난 6월 28일 영풍 측 항소를 기각했다.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9년 오염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 배출시설을 설치·이용한 사실이 환경부에 적발됐다. 방지시설에 유입된 폐수가 최종 방류구를 통과하기 전 배출하는 시설을 설치·이용한 사실도 적발됐다.
환경부 의뢰를 받은 경상북도는 석포제련소에 2개월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석포제련소는 지난 2021년 물환경보전법 위반이 적발돼 10일 동안 조업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800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2개월 조업이 정지되면 손해액은 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영풍 측은 처분이 부당하다며 집행정지 신청과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집행정지 신청은 인용됐으나, 본안 소송은 지난 2022년 6월 기각됐다. 항소심 재판부도 2년 만에 같은 판단을 내렸다. 영풍은 대법원 판단을 받아볼 방침이다. 대법원 판단은 수개월 걸릴 전망이다.
조업정지 위기에 놓인 석포제련소에 대한 사업장 폐쇄 주장도 끊이지 않는다. 환경단체는 환경오염 문제와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사업장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지난 2일 석포제련소 제2공장(전해2공장 냉각탑) 옥상에서 상부배관 교체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직원 50대 남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진 일이 있기도 했다. 석포제련소에서는 지난 1997년부터 최근까지 14명 노동자가 숨졌다.
영풍이 위기에 있다는 평가가 있으나 3월 기준 최대 주주인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 등 장씨 일가는 법적인 책임은 받지 않는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배상윤 석포제련소장과 박영민 영풍 대표이사이기 때문이다.
영풍 관계자는 "(업무 연관성은)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영풍 석포제련소 노동조합은 12일 환경단체가 '사망자 숫자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사망자 숫자 부풀리기에 이용한다"고 밝혔다.
다만 영풍 석포제련소 현장 관리에 근간이 흔들렸다는 비판이 있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석포제련소 근로감독 현황에 따르면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시정조처 32건, 사법조처 13건, 과태료 19건(총 부과 금액 4억2000만원) 처분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달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환경오염을 반복해서 일으키고 근로자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상태를 유지한다면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영풍이 대법원에 상고장을 내며 법적 판단을 끝까지 받아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배경으로는 제련 부문 매출이 상당한 점이 꼽힌다. 영풍은 지난해 매출 3조7617억원을 기록했다. 제련 부문은 1조5467억원으로 41%에 달한다. 석포제련소는 제련 부문 핵심 사업장이다.
영풍이 고려아연과 송사를 이어가는 배경도 이익과 연관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고려아연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영풍 지분은 25.15%다. 영풍 계열사 영풍전자·코리아써키트·테라닉스도 일부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 배당금이 큰 힘이 되는 셈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그룹 해외법인 HMG글로벌을 대상으로 5270억원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과 관련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는 두 차례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오는 30일 3회 변론을 진행한다.
영풍을 둘러싼 여러 악재들은 영풍 장씨 오너일가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두 오너일가 모두 단독으로 각사에 대한 안정적인 지분율을 보유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백기사나 다른 주주의 지원이 필요한데, 영풍의 여러 악재가 영풍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사의 갈등을 법정 공방으로 넘어간 상태다. 고려아연이 황산 계약을 중단하겠다고 밝히자, 영풍은 소송과 가처분을 제기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고려아연은 환경 리스크 등을 이유로 계약을 중단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영풍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유예 기간을 늘려달라는 입장이다.
박영민 영풍 대표이사는 최근 발행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생산 목표 달성과 수익률을 높일 것"이라며 "정부 통합환경 허가 조건을 성실히 이행하고 철저한 환경 기준 준수·무재해 달성·환경 및 안전 분야 지속적인 투자로 ESG 경영을 적극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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