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美 진출한 '알리글로'로 하반기 반등 노린다


알리글로, 미국 진출 본격화
치료범위 확대·제형 다변화…풀어야 할 숙제
"올해만 688억원 매출 목표"

GC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현지 매출이 올해 3분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GC녹십자

[더팩트ㅣ서다빈 기자] 올해 상반기 아쉬운 성적표를 수령한 GC녹십자(이하 녹십자)가 하반기 반등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달 미국에 출하한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현지 매출이 3분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녹십자는 올해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7742억원, 영업이익 2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73.9% 감소한 수치다. 주력제품인 혈액제제의 2분기 매출도 9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감소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알리글로의 미국 판매를 위해 다른 국가에서 판매하던 혈액제제 물량을 조절하면서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알리글로가 3분기부터는 매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 결핍증에 사용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혈액제제다. 8년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을 두드린 녹십자는 지난해 12월 FDA 허가를 획득했다. 지난달 초도 물량 선적을 완료했고,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산 혈액제제가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국내 최초의 사례다.

녹십자는 △고마진 가격 정책 △환자 접근성 향상 △계약 최적화 등 3가지 전략을 핵심으로 삼아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또한 녹십자는 알리글로의 안전성을 앞세워 미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 정제 공정에 독자적인 기술 CEX 크로마토그래피(양이온 교환 색층 분석법)를 도입하면서 제품의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해당 기술은 혈전색전증 발생의 주원인이 되는 혈액응고인자(FXla)등 불순물을 99.9% 제거했다. 경쟁사 제품들의 FXla 제거율은 85~90%다.

녹십자는 알리글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영업 기반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녹십자는 미국 의약품 시장에서 의료보험 처방약 급여 목록을 관리하는 대형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4곳과 계약을 맺었다. PBM과 계약을 통해 처방집에 등재되면 미국 의료보험 체제에 편입하는 것이 쉬워진다는 장점이 있다. 녹십자는 미국 사보험 시장 80%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풀어야할 숙제가 남아 있다. 우선 알리글로가 소아에게 처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알리글로는 FDA로부터 17세 이상에게만 처방이 가능하도록 허가 받았는데, 알리글로의 적응증(치료범위) 중 하나인 일차 면역결핍증은 대게 20세 이전에 발병한다는 특성이 있다. 환자의 80% 이상이 소아다. 경쟁사인 다케다제약과 CSL베링의 면역글로불린 제품은 성인과 소아 환자 모두에게 처방이 가능하도록 허가를 받은 것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녹십자는 현재 이를 극복하고자 알리글로 투여 환자를 소아로 확장하기 위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임상의 종료 기간은 오는 2026년 11월 30일이다.

제형의 한계도 극복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알리글로의 경우 정맥주사(IV) 제형만 존재한다. IV의 경우 투약 시 매번 병원에 방문해야 하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관련업계에서는 해당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피하주사(SC) 제형·장기지속형주사(LAI) 제형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다케다제약, CSL베링은 집에서도 간편히 복부나 허벅지에 투여가 가능한 피하 주사제(SC) 제형의 면역글로불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정맥주사 제형 제품이 미국 시장에 정착하고 난 뒤 차후 고려할 요소"라고 말했다.

선천성 면역결핍증 환자는 미국 내 25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자 수가 점점 늘고 있는 것을 고려할때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 제제 시장은 2024년 66억5000만달러(약 9조2000억원)에서 연평균 7.7% 성장해 오는 2030년 103억9000만달러(약 14조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서미화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부터 알리글로의 실적이 반영되면서 동사의 이익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주요 보험사 처방집 등재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으며, 하반기 미국 사보험 시장 80% 커버리지(현재 50% 수준 예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7월 8일 알리글로 초도 물량 출하가 완료됐으며, 이달 내 2차 물량 출하가 예상되면서 하반기 알리글로 매출 547억원이 더해지며 녹십자의 매출 및 이익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녹십자 관계자는 "현재 알리글로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중에 있으며, 올해 5000만달러(약 688억원) 매출을 일으킨 뒤 매년 50% 이상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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