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힘 못쓴 화장품 빅2…K-뷰티 훈풍 타고 수출 앞으로


韓 화장품 수출 매분기 실적 경신
아모레·LG생건, 수출 앞세워 실적 방어

국내 뷰티 업계 양대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수출 집중 전략으로 국내 소비 위축 상황에서도 실적 방어에 힘쓰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문은혜 기자] 글로벌 시장에 K-뷰티 열풍이 불면서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이 기록을 경신 중이다. 이에 국내 뷰티 업계 양대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수출 집중 전략을 앞세워 소비 위축 속 실적 방어에 힘쓰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외형(매출)은 감소했지만 내실을 뜻하는 영업이익은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분기 1조57억원의 매출과 12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2% 늘었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은 매출 1조7597억원과 영업이익 1585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2.7% 줄고 0.4% 증가했다. 뷰티 부문만 떼어보면 2분기 매출은 7596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줄었고 영업이익은 4% 증가한 728억원을 기록했다.

서울의 한 면세점 화장품 코너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모습. /뉴시스

국내에서는 면세 판매가 부진해진 탓에 두 회사 실적은 큰 폭으로 늘지 못했다. 면세 수요 상당수는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이었으나 최근 이들의 쇼핑 패턴이 면세점 고가 브랜드보다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해진 인디브랜드를 찾는 쪽으로 바뀌면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2분기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한 5119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면세 채널 매출과 럭셔리 브랜드 판매 부진 등으로 국내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2분기 면세 매출이 18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업황 둔화와 높은 기저 효과로 인해 면세 매출이 감소했다"고 했다.

두 회사 모두 국내 성적은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K-뷰티 영향으로 해외 판매가 확대되면서 실적 방어에 성공한 모양새다.

아모레퍼시픽은 북미·유럽, 중동 등을 지속 공략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 매출은 지난해보다 44.3% 감소했지만 미주(65%), EMEA(182%) 등 다른 국가에서 선전에 힘입어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 증가한 3815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외 국가에 집중하고 있다면 LG생활건강은 고가 브랜드인 '더후' 리뉴얼(재단장)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명예회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 결과 올해 2분기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늘어난 2018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더후 리브랜딩 효과와 온라인 채널 중심 성장세가 돋보였다"고 분석했다.

유례없는 K-뷰티 열풍에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이 역대 최대 수준을 경신하고 있는 만큼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당분간은 해외 수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18.1% 증가한 48억2000만달러(약 6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기존 최대치인 지난 2021년 상반기(46억3000만달러) 금액을 3년 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성장 잠재력이 큰 미국과 일본, 영국, 인도 등을 글로벌 거점 시장으로 설정해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전체 사업 중 미주 및 EMEA 지역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17.6%까지 상승했다"며 "글로벌 리밸싱 전략이 성과를 내며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중국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글로벌 뷰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북미도 꾸준히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북미는 중장기 관점에서 중요한 시장"이라며 "기존 M&A로 구축한 인프라로 현지에 맞는 제품과 브랜드를 적극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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