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매년 7월 말이 되면 건설사들은 일제히 시공능력평가 성적표를 받아든다. 순위가 높을수록 소위 한 해 농사를 잘 지었다고 보면 된다. 시공능력평가는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건설공사실적경영상태·기술능력·신인도를 종합평가하는 제도다. 국토교통부는 매년 그 결과를 공시해오고 있다. 올해는 전체 건설사(8만5642개사) 중 7만3004개사(85.2%)가 신청해 평가를 받았다. 평가 자료는 공사 입찰 참가나 시공사 선정 시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신용평가·보증심사 등에도 쓰인다. 건설업계에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상위권 건설사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24년도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 결과'를 공시했다. 1위는 삼성물산으로 11년 연속 왕좌를 지켰다. 현대건설(2위)·대우건설(3위)·현대엔지니어링(4위)이 뒤를 이었다. 1위~4위 순위는 전년과 같았다. 5위와 6위 순위는 바뀌었다. 전년 6위였던 DL이앤씨는 한 계단 올라섰고 반대로 GS건설은 한 계단 하락했다. 포스코이앤씨(7위)·롯데건설(8위)·SK에코플랜트(9위)는 전년 순위를 유지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전년 11위에서 올해 10위로 올라서며 10대 건설사에 들어갔다.
올해 눈길을 끈 것은 시공능력평가 제도가 개선됐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 핵심은 신인도평가 비중 확대·항목조정과 경영평가액 비중 조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건설현장 안전사고·ESG 경영 중요성 등을 고려해 신인도평가 상하한을 현행 실적평가액의 ±30%에서 ±50%로 확대했다. 부실벌점·사망사고만인율 등 평가항목의 변별력을 강화하고 시공평가·안전관리수준평가·중대재해 등 신규 평가항목도 도입했다.
자세히 보면 부실벌점은 기존 최대 -3%에서 -9%로, 불공정거래는 -5%에서 -7%로, 회생·워크아웃 등 부도는 -5%에서 -30%로 페널티를 강화했다.
경영평가액 비중도 조정했다. 최근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건설사 재무건전성의 중요성을 감안하면서도 그동안 과도한 경영평가액에 대한 조정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국토교통부는 경영평가액 가중치는 유지하되, 상하한은 실적평가액의 3배에서 2.5배로 조정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건설현장의 안전·품질·불법행위에 대한 평가가 강화됨에 따라 건설사들의 안전사고·부실시공 방지 노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시공능력평가 제도 개선…부도의 경우 -30% 패널티
제도 개선으로 안전·품질 등 문제가 발생하면 시공능력평가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사실적 등 다른 지표에 비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이 차이가 순위 변동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액이 약 2조4000억원으로 20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A건설사가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유죄로 10% 감점을 받으면 이 업체의 평가액은 약 2조2000억원으로 감소해 순위가 3단계 떨어졌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신인도평가 비중이 크지 않아 순위가 바뀔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처법 유죄 등으로 패널티를 받아 순위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건설공사실적 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상위권 건설사들의 경우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에게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안 중요하지는 않다. 다만 기본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최상위권 건설사의 경우 사실상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반면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에게) 평가 순위는 중요하다. 각종 입찰 참가나 시공사 선정 시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라며 "순위는 전체를 아우를 수는 없겠지만 건설사 전반의 신뢰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