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 '키다리 아저씨' 정의선 회장…'세심 배려'로 '퍼펙트 신화' 썼다


압도적 기량으로 전종목 석권…금 5개, 은 1개, 동 1개 휩쓸어
정 회장, 관중석 직접 응원·선수 조언…그룹 차원 40년 지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대한양궁협회 회장)이 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승리해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김우진 선수와 포옹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팀이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압도적 기량으로 전 종목을 석권하면서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세심한 지원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올림픽 개막식 전부터 현장을 찾아 훈련장과 휴게공간 등을 직접 챙겼고 주요 경기를 직접 관람하며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사기를 북돋았다. 평소에도 선수들과 격없이 대하며 소통하고 다양한 선물을 아끼지 않은 '삼촌'같은 모습을 보이고 때론 흔들리지 않는 정신을 강조하는 '선생님'같은 모습으로 양궁 신화를 후원하는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다.

대한민국 양궁 국가 대표팀은 2024 파리 올림픽 대회에서 금메달 5개를 포함해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휩쓸며 대한민국 스포츠의 새로운 신화를 썼다.

지난 2016년 리우대회에서 4개 전 종목 석권을 달성한 이후 이번 파리대회에서는 4개 종목과 함께 혼성 단체전(도쿄대회부터 종목 추가)까지 금메달을 거머쥐며, 5개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궁에서 5개 종목을 석권한 건 사상 최초다.

특히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함으로써 세계 양궁 역사에서 새로운 금자탑을 쌓았다. 남자 단체전은 3연패, 혼성 단체전은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도쿄대회에 이어 2연패를 기록했다. 김우진 선수는 남자 양궁 사상 첫 3관왕에 등극했으며, 리우대회부터 파리대회까지 금메달 5개로 한국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양궁은 대한민국 스포츠 종목 중에서 역대 누적 금메달 32개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은메달 10개·동메달 8개 등까지 포함해 지난 1984년부터 무려 50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금메달은 우리나라가 하계대회에서 획득한 총 106개(8월 4일 현재) 중 30%에 달하는 것으로, 금메달 10개 중 3개가 양궁에서 나온 셈이다.

한국 양궁의 우수한 성적은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진정성 있고 꾸준한 지원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큰 힘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한결같이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이는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단체 후원 중 최장 기간 후원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대한양궁협회 회장)이 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전 현장을 직접 찾아 한국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파리 대회 준비부터 대표팀 컨디션까지 꼼꼼히 점검

현대차그룹은 대한양궁협회와 함께 2021년 도쿄대회가 끝난 직후인 3년 전부터 일찌감치 파리 대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파리 올림픽 양궁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을 재현한 실전 연습 환경, 슈팅 로봇을 비롯 첨단 R&D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훈련 장비·기술 제공, 축구장 소음 체험 등 실전을 방불케 하는 특별 훈련, 파리 현지에서의 대표팀 전용 훈련장, 식사, 휴게공간, 동선까지 총망라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특히 정 회장의 세심하고 꼼꼼한 배려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이번 파리 대회를 위해 개막 이전부터 직접 준비 과정을 챙겨왔다.

양궁협회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대통령 프랑스 순방길에도 바쁜 일정을 쪼개 파리 현지 상황을 사전에 점검했다.

올해에도 파리 올림픽 개막식 전에 현지에 미리 도착해 대표팀 선수들의 전용 훈련장과 휴게공간, 식사, 컨디션 등 준비 상황을 꼼꼼하게 점검했고, 양궁 경기 기간 내내 현지에 체류하며 선수들의 컨디션까지 세심하게 배려했다.

정 회장은 또 양궁 주요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보며 양궁협회 관계자, 프랑스 현지 교민들과 선수들을 직접 응원했다. 한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이 10연패를 달성한 시상식에서는 선수들 한 명 한 명에게 부상을 수여하며 진정 어린 축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평소에도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친근하게 스킨십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선수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등 정신적인 멘토 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정 회장은 이번 여자 개인전에서 아쉽게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전훈영 선수를 별도로 찾아 격려하기도 했다. 여자 개인전이 끝난 후 대회 기간 내내 후배 선수들을 이끌고, 자신의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한 전훈영 선수에게 감사를 표했다는 후문이다.

평소에도 정 회장은 종종 선수들과 만나 격의 없이 식사를 함께하며 소통하고, 블루투스 스피커, 태블릿 PC, 마사지건, 카메라, 책 등을 선물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선전한 선수들과 함께 '현대차 제로원데이' 행사를 둘러보기도 했다.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성수동에서 미래 이동성, 증강현실, 가상현실, 자율주행 등 다양한 창의적 아이디어로 구현된 프로젝트 전시를 함께 체험했다.

선수들의 멘탈을 강화하기 위한 책 선물도 아끼지 않았다. 정 회장은 제로원데이 행사 이후 선수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멘탈 트레이닝 서적 '챔피언의 마인드'를 선물했고, 2021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노력을 풀어낸 도서 '두려움 속으로'를 선물했다.

이렇다보니 선수들이 금메달을 획득하면 정 회장을 찾아오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도쿄 올림픽 때는 3관왕을 한 안산 선수가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이 끝나자 정 회장에게 직접 금메달을 걸어주었다. 리우 올림픽 때는 모든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정 회장을 헹가래 하기도 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도 남자선수들이 단체전 금메달을 정 회장에게 걸어주고 함께 기쁨을 나누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일(현지 시간)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 후 남수현(왼쪽), 전훈영(가운데), 임시현(오른쪽)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현대차그룹, 파리대회 양궁 대표팀 경기력 향상 위한 '맞춤 지원'

현대차그룹은 2021년 도쿄대회가 끝난 직후부터 대한양궁협회와 함께 이번 파리 대회에서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자신의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부을 수 있도록 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양궁협회와 협의하며 준비했다.

우선 선수들의 체계적인 훈련을 지원했다. 파리 대회 양궁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진천선수촌에 건설하도록 했으며, 이 경기장에서 국가대표팀은 경기장의 특성을 몸에 익히며 체계적인 연습을 시행했다.

파리 대회에서 예상되는 음향, 방송 환경 등을 적용해 모의대회를 치르고. 특히 현대차그룹이 개발해 제공한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과 일대일 대결을 펼치며, 한계에 도전하는 연습했다.

전북현대모터스와 협의해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소음 적응 훈련도 진행했다. 지난 6월 29일 전북현대와 FC서울의 경기를 앞두고 대규모 관중 앞에서 약 40분가량 남자선수들과 여자선수들이 각각 팀을 이뤄 실전과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펼쳤다.

앵발리드 경기장이 파리 센강에 인접해 '강바람'이 강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에서 환경적응 훈련도 시행했다.

이와 더불어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의 스포츠클럽을 통째로 빌려 양궁 국가대표팀만을 위한 전용 연습장을 마련했다. 휴식과 훈련을 위한 시설들이 갖춰진 곳으로,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한 통상적인 출국 날짜보다 4일 정도 빠른 7월 16일 출국해 전용 연습장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했다. 이 덕분에 선수들이 시차를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 훈련장과는 별도로 경기장에서 약 300m 거리에 대표팀 휴게공간을 마련해 시합과 연습 틈틈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휴게실뿐 아니라 의무치료실, 라운지를 갖춘 곳으로, 편히 쉬며 샤워, 물리치료는 물론 맞춤형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해 양궁 훈련장비와 훈련기법을 개발·지원했다.

세부적으로는 △선수와 일대일 대결을 펼치며 경기 감각을 향상시키는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 △슈팅 자세를 정밀 분석해 완벽한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 △어디에서든 활 장비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활 검증 장비' △직사광선을 반사하고 복사에너지 방출을 극대화하는 신소재를 개발해 적용한 '복사냉각 모자' △3D 프린터로 선수의 손에 최적화해 제작한 '선수 맞춤형 그립'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측정해 선수들의 긴장도를 파악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치'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고정밀 슈팅머신' 등을 활용하도록 제공했다.

현대차그룹 The path of an archer_모빌리티 기술과 양궁의 만남 행사가 25일 오전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가운데 현대자동차 관계자가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1985년부터 이어진 40년 후원…세계 최강 한국 양궁에 기여

현대차그룹은 지난 1985년부터 40년간 한국 양궁을 지원해왔다. 1985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으며, 2005년부터는 정의선 회장이 양궁인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대한양궁협회장을 연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원 아래 한국 양궁은 양궁협회 재정 안정화, 양궁의 스포츠과학화를 통한 경기력 향상, 우수선수 육성 시스템 체계화, 한국 양궁의 국제적 위상 강화 등의 성과를 거두며 세계 최강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대표팀 선발이나 협회 운영에는 관여를 하지 않지만, 투명성과 공정성만은 철저히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 결과 양궁협회에는 지연, 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없고 국가대표는 철저하게 경쟁을 통해서만 선발된다. 명성이나 이전 성적보다는 현재의 성적으로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고, 코칭스태프도 공채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된다.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대한양궁협회는 유소년부터 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체계도 구축했다. 특별지원으로 일선 초등학교 양궁장비와 중학교 장비 일부를 무상 지원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초등부에 해당하는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해 장비,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소년대표(초)-청소년대표(U16)-후보선수(U19)-대표상비군(U21)-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을 체계화했다.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국가대표, 상비군, 지도자, 심판 대상으로 무료 영어교육도 실시했으며, 국제심판 양성을 위해 기술 교육과 관련 세미나 참가도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국내 최대 규모의 양궁대회인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를 개최하고, 생활체육대회·동호인 대회 창설, 메달리스트와 함께 찾아가는 양궁교실을 여는 등 양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 40년을 넘어 대한양궁협회의 회장사로서 대한양궁협회의 미래 혁신을 지원하고, 대한민국 양궁이 국민에게 사랑받고 글로벌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후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