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증시가 공포에 휩싸인 금요일을 보냈다. 코스피는 26개월 만에 하루 최대 낙폭을 경신했고, 코스닥은 연중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삼성전자는 '8만 전자'가 깨졌고, SK하이닉스는 하루 만에 10% 넘게 폭락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65%(101.49포인트) 내린 2676.19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27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2개월여만이며, 하루 100포인트 넘게 하락한 것은 2022년 6월 13일(-3.52%) 이후 26개월 만이다.
전체 시가총액도 약 3주 만에 180조원 넘게 증발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52주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달 11일(2871.56) 2363조6272억원에서 이날 저점(2666.40) 기준 2187조6124억원까지 감소했다.
종목별로 보면 충격을 더한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4.21%(3500원) 내린 7만9600원에 장을 마감하면서 두 달 만에 7만원대 주가로 떨어졌고, 2위 SK하이닉스는 하루 만에 2만100원(10.40%)이 빠져 지난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밖에 △삼성바이오로직스(-1.51%) △현대차(-3.75%) △기아(-4.46%) △셀트리온(-3.20%) △KB금융(-5.78%) △POSCO홀딩스(-1.66%) △신한지주(-5.93%) △NAVER(-2.06%) △삼성물산(-2.91%) 등 주요 대형주가 모두 폭락했다. 시가총액 3위 △LG에너지솔루션(0.60%)만 빨간불을 켰다.
시장은 이날 국내 증시가 폭락한 이유로 1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주요 경제지표에서 경기 침체 우려를 엿볼 수 있는 분석이 쏟아진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이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46.8에 그치면서 시장 예상치(48.8%)를 크게 밑돌았고, 미국 노동부가 같은 날 발표한 지난주(7월 21~27일)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도 1년여 만에 최대치를 경신한 24건9000만건으로 집계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증시를 주도하던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폭락도 국내 증시 후퇴에 영향을 미쳤다. 엔비디아는 1일 경기 둔화 우려에 6.67% 내린 109.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25일(-6.80%) 이후 최대 낙폭이다.
여기에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던 테슬라도 6.55% 하락 마감했고 애플(1.68%), 아마존(1.56%) 등 대형주도 모두 파란불을 켜면서 낙폭을 키웠다. 이 결과, 다우존스30산업과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나스닥 등 뉴욕증시 지수들이 동반 하락 마감했다.
대외적 요인도 증시 하락 원인으로 꼽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최근 7월 FOMC 정례회의 이후 비둘기적 발언을 하면서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웠으나, 일본 중앙은행(BOJ)는 4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가능성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엔 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의 엔화를 빌려 달러 등 새로운 시장의 통화로 바꾼 후 해당 국가의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국내 시장에 들어와 있던 일본 자금이 앤 캐리트레이드를 통해 일부 빠져나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최근 중동 전쟁 우려가 다시 확산된 점도 투심을 악화한 배경 중 하나로 풀이된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31일 긴급 소집된 최고 국가안보회의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공격을 지시했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증시 급락의 원인은 경기둔화 우려와 엔비디아 급락,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중동 전쟁 재부각"이라며 "금리 인하를 앞둔 상황에서 경기 침체가 이어졌다는 공식이 우려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증시 쇼크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FOMC 이후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났고, 과대한 낙폭으로 저점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 이슈는 지속적으로 불거져 왔던 사안"이라며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기보다는 단기적으로 상승과 하락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