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 그룹 효자 계열사 될까…우선과제 살펴보니


1일 여의도 TP타워서 공식 출범
자기자본 1조1000억원 규모로 자본 확충 필요 등

우리투자증권이 이달 1일 공식 출범하며 5년 내 업계 10위권 진입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풀어 나가야 할 여러 과제들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우리투자증권이 공식 출범했다. 5년 내 업계 10위권 진입 목표와 10년 내 초대형 IB 달성 목표를 내세운 가운데 기업금융(IB)·리테일(소매)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1일 여의도 소재 TP타워 본사에서 출범식을 갖고 우리금융그룹 계열 증권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출발은 자기자본 1조1000억원 규모, 업계 18위 중형 증권사 수준이다. 이에 우리금융지주는 2014년 증권사를 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지 10년 만에 증권업에 재진출하게 됐다.

우리투자증권 조직은 △종합금융 △S&T(세일즈앤트레이딩) △리테일 △리스크관리 등 4개 사업부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기존 발행어음과 부동산에 집중된 우리종합금융의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 IB, S&T, 리테일 등 증권사 본연의 사업 구조를 완성했다는 자평이다.

초대 대표는 남기천 우리종합금융 사장이 맡는다. 남 대표는 출범식에서 우리투자증권의 첫 번째 지향점으로 디지털과 IB가 강한 종합증권사 건설을 제시했다. 아울러 온라인 펀드 판매가 주력이던 포스증권의 기존 플랫폼 경쟁력과 우리종금의 발행어음과 기업여신 비즈니스를 초기 사업 발판으로 삼되, IB, S&T, 리테일 등 각 사업 영역을 확장해 기업과 개인을 아우르는 초대형 IB로 성장하는 계획도 밝혔다.

또한 은행IB와 증권IB를 아우르는 그룹 CIB(기업투자금융) 체계 구축과 기업 생애주기에 맞춘 종합금융서비스에 집중해 전 그룹 핵심전략인 '기업금융명가 재건'을 추동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를 위한 첫 단추로 은행-증권 간 시너지협의회 운영과 함께 2조원 규모의 계열사 공동 펀드 조성 등을 제시했다.

그룹사 지원도 받는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출범식에서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약속하면서 우리투자증권의 인사·조직·성과보상 등을 그룹 계열사 잣대가 아닌 시장이나 증권업종 기준에서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자본력 확충 △인재육성 시스템 △독자사옥 확보 등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높여 그룹 위상에 걸맞은 '자본시장 플레이어'로 빠르게 성장시키겠다고 언급했다.

우리투자증권은 10년 안에 초대형 IB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지만 업계에선 이른 시일 내에 경쟁력을 얻기엔 힘들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더팩트 DB

우리투자증권은 빠르면 5년 안에 업계 10위권에 진입하고, 10년 안에 초대형 IB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초대형 IB가 되면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배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우리투자증권이 IB·리테일 부문에서 빠른 시일 내에 경쟁력을 확보하기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전통적인 IB 업무의 경우 자본력이 있는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투입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비교적 쉬울 뿐만 아니라, IB 업무 관련 수요자들이 자본력과 규모에서 우위에 있는 증권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시장에 깔린 점도 한몫한다. 아울러 KB증권·NH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보유한 증권사들이 모두 자기자본 5조원대의 초대형사로 우리투자증권은 그에 비해 후발주자인 점도 이유로 꼽힌다.

우리투자증권은 회사가 제시한 자기자본 로드맵을 달성하려면 단기간의 폭발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한 실정이기도 하다. 업계 10위인 대신증권이 올해 말까지 자기자본을 4조원대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투자증권은 5년 안에 자기자본을 4배 이상 늘려야 한다.

또한 한국포스증권이 온라인 펀드 판매를 주력으로 디지털 기반 고객을 확보하고 있지만, 대형 증권사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리테일의 핵심인 일반주식 위탁매매 관련 영업 기반이 전무하기도 하다. 아울러 일반주식 위탁매매 업무를 위해 추가적인 인가도 필요한 상태다.

또한 자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도 과제다. 대부분의 거래가 MTS를 통해 이뤄지는 증권가 트렌드를 감안하면, 공격적인 영업이 어려울 것이라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투자증권이 연말까지 자체 MTS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내세웠지만, 토스증권 등 핀테크 기업까지 참전한 MTS 경쟁에 우위를 점하기엔 힘들 수 있을 이란 분석도 무게를 더한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자본력을 감안할 때 오프라인 지점을 확장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몸집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 우리투자증권은 적극적인 M&A(인수합병)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우리금융이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도 준비하고 있어 단기간 내 이뤄지긴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브랜드 파워와 영업망을 바탕으로 빠르게 인지도를 높여 가겠지만, 급격히 변화한 시장환경과 투자자 성향, 증권사 사업 구조, 타사 경쟁력 강화 등 우리투자증권이 예전 위상을 되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지원이 필요한 과제들을 풀어 나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raj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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