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문은혜 기자] "도산할 것이냐, 빚쟁이가 될 것이냐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습니다."(티몬·위메프 미정산 피해 셀러 A씨)
정부가 티몬·위메프 사태로 피해를 보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소 56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자금을 지원할 시기나 방법, 조건 등이 구체화되지 않은 데다 이마저 이자만 3%대에 달하는 대출인 탓에 돈줄이 막힌 판매 피해자들 두 번 죽이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언주 의원실은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티메프 사태 소상공인 피해 대책 간담회'를 열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으로 피해를 본 중소 판매자들과 이대건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국장, 김세호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문위원, 심준섭 법무법인심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를 주최한 이언주 의원은 "법적 책임을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이달 정산기일이 돌아오는 판매자들이 긴급한 불을 끌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대건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국장은 "정부에서 투입하기로 한 여러 자금이 신속하게 집행되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피해 중소상공인들은 "당장 8월 정산기일이 다시 돌아오는 상황에서 정부의 자금 지원 계획은 구체화된 것이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피해자 대다수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자금 지원을 문의하려 해도 접수 방법 등이 공지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 판매 피해자는 "정부가 5600억원을 긴급자금으로 편성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마음이 급해 은행권 대출 등을 알아보고 있다"며 "앞으로 8월, 9월 정산기일이 돌아올 때마다 파산하는 업체가 급증할 텐데 정부가 피해기업들의 규모나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접수 창구의 부족이 여실히 느껴지고 심사기준도 너무 까다로워 과연 8월 정산기일 전에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언주 의원은 "법적 책임을 가리는 것보다 안정자금 집행이 급선무로 보인다"며 "정부가 자금 집행에 있어서 정확한 일정으로 피해자들에게 공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대건 국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해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한 판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금융 지원은 최소 56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우선 20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산 지연액 또는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한도 내에서 저금리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대출 한도는 중진공 10억원, 소진공은 1억5000만원이다. 대출 금리는 올해 3분기 변동금리 기준 소진공 연 3.51%, 중진공 연 3.4%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들은 "정부 지원 자금을 또 대출받으라는 것은 우리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가 먼저 소상공인들에게 돈을 돌려준 다음 큐텐에 자금을 몰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원 약 10명이 근무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판매자 대표는 "직원들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로서 도산할 것이냐, 정부로부터 지원자금을 대출받아 또 빚쟁이가 될 것이냐 선택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언주 의원은 "정산기일이 계속 돌아오면서 피해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는 긴급자금 금리 등을 다시 협의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