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전기차 '대중화' 속도…벤츠·GM·폴스타 '럭셔리' 반격


마이바흐 EQS SUV·캐딜락 리릭 등 고급브랜드 전기차 속속 출시
투자 부족으로 대중화 모델 '못 낸다' 의견도

메르세데스-벤츠가 고급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마이바흐 EQS 680 SUV를 출시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캐스퍼 일렉트릭, EV3 등 대중 전동화 모델을 출시해 일시적 판매 정체(캐즘)를 극복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수입차 브랜드들이 '럭셔리 전기차'로 맞대응하는 모양새다. 브랜드 고급화를 추진함과 동시에 친환경차 라인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수입차 브랜드가 NCM 배터리 수급 문제, 전기차 생산 관련 투자 미비 등으로 대중화 모델에 대한 경쟁력이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최근 고급 브랜드 '마이바흐'를 통해 '디 올-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 SUV'와 한정판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나이트 시리즈'를 국내 출시했다.

마이바흐 EQS SUV는 마이바흐의 첫 번째 전동화 모델로 지난해 상하이 모터쇼의 디지털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마이바흐 EQS SUV는 벤츠 전기차의 패밀리 룩과 마이바흐 브랜드 엠블럼·레터링 등 고유의 디자인 요소를 조화롭게 담았다. 실내는 마이바흐 전용 나파 가죽 시트와 마이바흐 엠블럼 등을 적용해 더욱 고급스러움을 강조했으며 앞좌석에는 3개의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합쳐진 'MBUX 하이퍼스크린'을 탑재했다.

뒷좌석에는 △통풍, 마사지를 비롯해 최대 43.5°의 리클라이닝 기능이 포함된 '이그제큐티브 시트' △종아리 마사지 기능과 앞 동반석을 움직여 바로 뒷좌석을 더욱 넓게 이용할 수 있는 '쇼퍼 패키지' △두 개의 11.6인치 풀 HD 터치스크린과 7인치의 MBUX 태블릿 등을 탑재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고급 브랜드 '캐딜락'도 지난 5월 전동화 SUV '리릭'을 국내에 선보였다.

리릭은 GM의 차세대 모듈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ULTIUM)'을 기반으로 제작된 첫 모델이다.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양극재로 구성된 배터리 셀을 12개의 모듈에 배치한 102kWh의 대용량 배터리 팩을 탑재했다.

내부에는 9K의 초고화질 해상도를 지닌 '33인치 커드브 어드밴스드 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모터, 배터리 등 핵심 구동 요소를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리릭에 적용된 다양한 옵션을 제어할 수 있다. 또 실내 환경에 최적화된 AKG 스튜디오 오디오 시스템(19개 스피커)을 탑재해 풍부한 청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GM의 럭셔리 브랜드 캐딜락이 첫 순수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리릭((LYRIQ)의 실차를 공개했다. /김태환 기자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이달 중으로 '폴스타 4'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차는 내년부터 르노코리아의 부산공장에서 위탁생산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폴스타 4는 폴스타가 현재까지 개발한 양산차 중 가장 빠른 모델로, 최대 400㎾(약 544마력)의 강력한 성능을 통해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3.8초(롱레인지 듀얼모터 기준) 만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100㎾h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되며 WLTP 기준 최대 620㎞(롱레인지 싱글모터 기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수입차 브랜드의 고급 전기차 출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기차 대중화 전략과 상반되는 모양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2024 부산모빌리티쇼'를 통해 소형 전동화 SUV '캐스퍼 일렉트릭'을 공개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내연기관 경차 '캐스퍼'를 기반으로 제작된 전기차로 정부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 등에 따라 최저 1900만원대 가격도 가능하다.

기아는 전기차 대중화 모델로 소개한 준중형 전동화 SUV 'EV3'를 공개하고 계약을 시작했다. EV3는 보조금을 최대한 적용하면 3200만원대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다. EV3는 지난 6월 4일 시작한 사전 계약 물량이 3주 만에 1만대를 돌파했고, 이후 2만 대까지 늘어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수입차 브랜드가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브랜드들의 경우 다양한 차종을 대규모로 생산하기보다는 프리미엄 브랜드임을 강조해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를 타깃으로 공략한다"면서 "대중화 전기차보다는 고급 전기차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효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 강원도 속초시에 위치한 롯데리조트 속초에 기아 EV3 차량이 전시돼 있다. /김태환 기자

일각에서는 높은 환율로 인해 수입차 브랜드가 대중화 모델을 출시하면 상품 경쟁력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기준 원·달러 평균환율은 1380.13원으로 전월보다 1.1%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원달려 평균 환율도 1306.60원으로 지속해서 1300원이 넘는 고환율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가격이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그룹이 전기차의 일시적 판매 부진 현상으로 인해 투자계획을 철회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것도 대중화 모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GM은 혼다와의 전기차 합작 계획을 철회했으며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 공장 건설을 중단하는 등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으며, 오는 2030년까지 100% 전기차 전환을 발표했던 벤츠도 2030년 이후 내연기관 모델 판매를 시사했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에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기차 전용공장과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을 순차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며,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도 올해 4분기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이 유리하기에 대중화 모델의 가격을 더욱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대중화 모델 시장을 장악한 뒤 고급화 모델을 출시할 경우, 수입차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대자동차는 올해 하반기 대형 전동화 모델 아이오닉 7을 준비하고 있으며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서도 고급 전기차에 충분히 대응할 여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국내 브랜드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고급 전기차 브랜드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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