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체코 정부가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팀코리아'(한국수력원자력·한전기술·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한전연료·한전KPS)를 선정했다.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 프로젝트로 알려진 이 사업은 두코바니·테믈린 부지에 대형원전 최대 4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올해 한국 정부가 내걸은 해외건설 누적 수주 1조 달러 달성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을 포함한 팀코리아는 체코 신규원전 2기(두코바니 지역 5·6호기)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최종 계약 체결에 대한 단독 협상 지위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에 이어 추가로 테믈린 지역에 3·4호기를 지을 예정이다. 예상 사업비는 약 24조원이다. 1기당 12조원으로 원전 4기를 모두 수주할 경우 원전 건설 규모는 48조원에 이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체코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이 선정되면서 100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강력한 교두보가 마련됐다"며 "앞으로 제3·제4의 수주가 이어지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체코 원전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올해 정부가 밝힌 해외건설 누적 수주 목표(1조 달러) 달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해외건설 수주 규모는 9638억 달러다. 현재 기준 1조 달러까지 362억 달러를 남겨놓고 있다. 올해 상반기는 155억8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지난해 상반기 172억9000만 달러보다 약 10% 줄어든 수치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목표치인 400억 달러의 절반도 안 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하반기에 207억 달러 규모의 수주가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해외수주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부진해 목표 달성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최근 원전과 같은 대규모 사업 수주 가능성과 수주 예정 사업이 존재하는 만큼 긍정적인 기대가 유효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건설사를 포함한 기업들은 폴란드 파트노브 원전(1·3호기),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7·8호기), 네덜란드 보르셀 원전(2호기),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현대화 사업(1·2호기) 등 해외 원전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 누적 1조 달러 달성 여부…"패러다임 전환"
한국은 그동안 중동을 중심으로 해외건설 수주를 이어갔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선정이 유럽 시장 진출에 발판을 마련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벨기에·네덜란드 등 유럽국가에서는 폐쇄 예정이던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등 원전 도입을 계획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올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실적을 보면 중동이 64.4%(100억3000만 달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 같은 기간 38.3% 비중에서 26.1% 늘었다. 유럽의 경우 아직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수주 금액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4억5000만 달러(전체의 2.9%) 수주고를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비중은 0.8% 증가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실질성장률이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있지만 유럽 간 연결성 강화,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중·동부 유럽 중심의 에너지 독립성 확보를 위한 물류·에너지 인프라 사업 발주 등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건설 수주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기업의 역량 집결을 기반으로 한 전략 체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양적 성장, 투자 중심, 기술 모방의 사업단위 수주에서 국가 보유 역량의 전략적 배분과 기업의 기술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시장 수주 기반으로 전략 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토연구원의 '해외건설의 성과와 지원정책 평가: 해외건설 1조 달러 시대를 위한 시사점' 보고서에서는 "(정부는) 공종별 기술개발·적용의 국내 현황을 파악하고 현지 여건에 적합하고 국내 기업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별하는 등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특히 해외건설 산업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는 1조 달러 시대에 대한 대비를 넘어 2조 달러 시대를 전망·선도하는 중·장기적 계획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