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차량 공조업체 한온시스템이 한앤컴퍼니(한앤코)의 아픈 손가락이 되고 있다. 한국타이어앤컴퍼니(한국타이어)와 손잡고 4조원가량을 들여 인수한 지 10년째를 맞은 올해, 다시 한국타이어와 본격적인 투자금 회수 작업에 돌입했으나 악재가 겹쳤다. 인수합병(M&A) 작업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지난 5월 한국타이어와 체결한 한온시스템 주식매매계약(SPA) 본계약이 최근 무기한 연기됐다.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의 실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발적 채무가 발견된 결과다.
한앤코는 앞서 한국타이어와 SPA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달 초까지 실사를 진행해 왔다. 양 사의 SPA는 한앤코가 한온시스템 보유 지분(50.50%) 중 25%를 한국타이어에 매각하고, 새로운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12.2%를 추가 매입하는 형태였다. 계약이 성사되면 최대주주 자리를 한국타이어에 넘기고 한앤코는 자연스레 투자금을 일부 회수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그러나 한국타이어가 본계약 체결을 코앞에 두고 한발 물러남에 따라 한앤코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여기에 한온시스템의 주가도 30일 종가 기준 양사의 SPA 발표 이전보다 36% 넘게 내리면서 시가총액도 2조3000억원대까지 밀렸다. 한앤코가 원하는 몸값으로 매각하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앤코는 지난 2015년 한국타이어와 공조해 미국 비스테온그룹으로부터 한온시스템을 총 3조8129억원에 인수했다. 한앤코는 한온시스템 지분 50.50%를 보유한 자회사 한앤코오토홀딩스를 통해 한온시스템을 경영해 왔고 공동투자자로 참여한 한국타이어가 19.49%, 국민연금공단이 5.00%, 자사주 0.02%로 주요 지분구조가 형성됐다.
그러나 한앤코는 한온시스템의 사세가 성장한 것과 별개로 투자금 회수에는 애를 먹어 왔다. 한온시스템이 우량한 기업이나 M&A 시장 분위기가 늘 좋지만은 않았고,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지분이 워낙 많다 보니 이를 모두 인수해 줄 원매자를 찾기도 어려웠다.
결국 인수금융을 통한 자본재구조화(리캡)을 통해 2017년 2019년 원금 중 일부를 회수하기도 했다. 다만 인수금융 조항에 한앤코가 대주주를 유지해야한다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발을 빼진 못했다.
아울러 올해는 과거 함께 한온시스템을 인수한 한국타이어가 백기사로 등장했지만 이마저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한온시스템의 재무제표상 중대한 누락이나 오류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8월 3일 본계약은 무리 없이 체결될 것이라고 내다본 증권가 전망도 완전히 뒤집히면서 한앤코가 한국타이어와 M&A 작업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A 과정에서 우발적 채무 발견으로 실사가 중단되는 경우는 더러 있다. 그러나 이번 한온시스템의 경우 인수자인 한국타이어가 앞서 책정한 인수가를 낮추려는 시도일 수 있다. 실제로 한온시스템은 SPA를 발표한 지난 5월보다 주가가 30% 넘게 떨어졌다.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주가와 매매단가(1만250원)의 괴리감으로 비싸게 사들인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면서도 "한앤코가 물러서지 않을 수도 있으나 10년 전 한온시스템을 인수할 때 한국타이어로부터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유치하기도 했고,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쪽이라 아쉽지만 한국타이어의 입장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