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지난해 지하 주차장이 무너져 재시공 절차를 밟게 된 인천 검단 아파트에 자재를 납품하기로 했던 업체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갈등을 겪고 있다. LH가 계약 해지 의사를 밝히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29일 <더팩트>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LH는 당초 세대 내부에 설치되는 자동 화재 소방장치를 납품받기로 했던 A 업체에 계약 해지 의사를 전했다. 이에 해당 업체는 재시공 준공 이후라도 계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LH는 이를 거절했다.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이나 보상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A사는 LH에 두 차례 공문을 보내 계약 해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A사 관계자는 "시공사의 부실시공으로 붕괴 사고가 발생했는데 위약금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이 파기될 상황"이라며 "몇년 후라도 물가 인상분만 반영해 납품하겠다 했으나, LH 측은 법적 대응한다는 주장"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법적 절차를 밟으면 중소기업에서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사업 수주로 몇년치 수익성이 개선될 상황이었는데,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고 부연했다.
LH에 따르면 현재 2개 업체와 이같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를 제외한 대다수 업체는 계약 해지를 받아들인 상황이다. 하지만 시공 막바지 단계에 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들은 계약 해지에 반발하고 있다.
이같은 사례는 GS건설이 재시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GS건설이 고급화 마감재로 재시공할 방침을 밝혀 대부분 지급 자재 업체들이 교체된 것이다. LH는 당초 조달청이 선정한 중소기업 자재를 사용했다.
LH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이 계약 해지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며 "이와 관련해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기획재정부의 계약예규에 따라 계약 해지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LH가 계약 해지의 적법성을 가늠한 예규는 기획재정부의 '물품구매(제조)계약일반조건'이다. 해당 예규 제 27조 1항은 "객관적으로 명백한 발주자의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LH는 이번 붕괴사고가 해당 예규 4호의 '기타 공공복리에 의한 사업의 변경 등에 따라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조달청과 협의해 계약 해지를 원하지 않는 업체들과 계약 연장을 하는 등 법률적 검토를 추가 진행하는 한편, GS건설이 사용하는 대기업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신축 공사 중 지하 1층 상부 슬래브가 무너지며 지하 2층 상부 슬래브까지 연쇄 붕괴됐다.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검토 결과 전단보강근 미설치, 콘크리트의 품질 저하, 지하주차장 상부의 초과 하중에 대한 조치 미흡 등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에 시공사 GS건설은 해당 단지를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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