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대목에 터진 '티메프 사태', 여행주 울고 경쟁사 웃고


모두투어·노랑풍선·하나투어 등 여행주 약세
이커머스·오픈마켓 시장 경쟁사 반사이익 전망도

티메프 사태 피해자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 모여 환불을 요구하면서 대기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티몬과 위메프(티메프) 등 큐텐그룹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티메프 사태'을 둘러싼 투심이 요동치고 있다. 여행 관련주는 여름 휴가철 특수를 누려야 할 성수기에 불똥이 튀면서 약세를 보인 반면, 이커머스 시장 경쟁을 벌이는 경쟁사나 관련된 종목들은 반사이익을 얻는 모양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모두투어, 노랑풍선, 하나투어 등 여행주는 지난주 나란히 급락했다. 모두투어와 노랑풍선은 지난 26일 각각 3년 중 최저가인 각각 1만1950원, 5450원까지 떨어졌으며 하나투어도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행주의 약세는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거래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자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여행사들은 그간 티몬과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에서 항공권이나 여행 패키지, 특가 상품 등을 '선 지출 후 정산' 형태로 팔아왔기 때문에 앞서 판매한 상품들의 정산금을 제때 받지 못한다면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특히 티메프 사태가 여행사 상품 판매가 급격히 늘어나 여행주의 주가도 급등세를 보이는 8월을 목전에 두고 발생해 투자자들의 주목도를 높인다. 노랑풍선은 지난해 8월 11일(1만500원) 52주 최고가를, 모두투어는 지난해 8월 14일 연고점(2024년 2월 14일, 1만7760원)에 육박한 1만7400원을 기록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8월 중(10일, 5만2800원) 하루 만에 10% 급등하기도 했다. 올해는 여행주의 8월 강세가 티메프 사태에 가려져 건너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증권가도 여행주의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대신증권은 이날 모두투어와 하나투어의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으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각각 19%, 12% 낮췄다. 양 사 모두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개선되지만 큐텐 사태에 따른 잠재적 손실이 3분기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악재가 주가에 선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모두투어는 회복세 둔화로 2분기부터 부진한 주가 흐름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부진한 업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티메프 사태로 인한 영업이익 훼손으로 약 40억 원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하나투어는 6월 기대치를 밑돈 패키지 송출객 수를 발표한 뒤 주가 내림세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티메프 사태까지 겹치면서 3분기에도 부진한 업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주가는 단기 횡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티메프 사태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 여행주들이 약세를 보인 만큼, 티몬과 위메프의 경쟁사들은 뚜렷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팩트 DB

반면 티메프 사태로 수혜를 입는 종목도 뚜렷한 모양새다. 이커머스시장 국내 점유율 1위(24.5%) 쿠팡이 대표적이다. 다만 쿠팡은 뉴욕 증시에 상장했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서는 쿠팡의 물류를 담당하는 동방(19,51%), KCTC(30.00%)이나 위탁계약을 통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갤럭시아머니트리(16.18%) 등 상장사들이 26일 강세를 보였다.

이 와중에 증권가에서는 티메프 사태에 따른 최대 수혜주로 네이버를 꼽아 눈길을 끈다. 약 7조원에 달하는 큐텐그룹의 총거래액(GMV)이 티몬과 위메프의 이용자 이탈로 네이버로 유입될 여부가 크다는 해석에서다. 네이버는 쿠팡에 이은 이커머스시장 점유율 2위(23.3%)지만 티몬과 위메프가 주력하는 오픈마켓 시장으로만 따져보면 42%대 점유율로 쿠팡(15.9%)을 앞서고 있으며, 국내 증시 상장사인 것도 투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최근 큐텐그룹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티몬, 위메프에서 발생한 정산 지연 사태로부터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큐텐그룹이 부도까지 이어지진 않더라도 판매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이상 이용자 이탈은 불가피하다. 7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등 큐텐그룹의 총거래액은 경쟁 오픈마켓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커머스업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에게 지급하지 못한 미정산금 규모는 약 17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6월과 7월 판매 대금도 미정산금으로 잡힌다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2kuns@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