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상>] 카카오, 사상 초유의 '총수공백' 사태…후폭풍은 이제 시작


김범수 창업자, 23일 '증거인멸 및 도주 위험'으로 구속
AI 서비스·계열사 거취·경영 쇄신 작업 등 차질 우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 온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용환·박병립·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이성락·김태환·이한림·정소양·이중삼·최문정·최의종·최지혜·이선영·우지수·이라진·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최문정 기자] 지난 22일은 1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였습니다. 뜨거운 기온과 함께 간헐적으로 쏟아지는 폭우로 잠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한 주였는데요. 그럼에도 경제 시계는 멈추지 않고 치열하게 돌아갔습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성장한 카카오는 23일 김범수 창업자가 구속되며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김 창업자를 비롯한 구 카카오 경영진은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김 창업자 구속의 여파와 앞으로 카카오가 마주할 풍랑에 대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편리하고, 저렴한 이커머스로 사랑받은 티몬과 위메프가 급격하게 고꾸라졌습니다.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불거졌기 때문인데요. 이들 플랫폼에 입점해 있던 업체 중 여러 곳이 대금을 받지 못했고, 이미 상품을 결제한 구매자들은 상품이 일방적으로 취소되거나, 환불을 받지 못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커져가는 모습입니다.

한화그룹은 승계와 관련한 주요 지분 매입을 추진했는데요. 예상했던 수량을 다 채우지 못한 채 '절반의 성공'을 거두면서 향후 한화가 승계 시나리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카카오 내부는 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특히 구속까지 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새롬 기자

◆ 카카오, '김범수 구속' 여파 수습 '총력'…정신아 대표 중심으로 비상경영

-가장 먼저 IT업계의 소식을 들어볼까요? 23일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혐의로 수사를 받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결국 구속됐죠?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부장판사는 전날 김범수 창업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수사당국은 지난해 카카오가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였던 하이브를 견제할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투입해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주가를 띄운 혐의를 조사해왔는데요. 김 창업자는 해당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거나, 사실상 승인하며 공모했다는 혐의가 있습니다. 현재는 구속된 만큼, 강도 높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 사태인데요.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카카오 내부는 큰 충격에 빠진 상황입니다. 특히 "구속까지 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주를 이룹니다. 김범수 창업자는 구속 직전인 지난 18일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CEO)와 그룹 컨트롤타워 'CA협의체' 산하 위원장들을 만나 "현재 받고 있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김범수 창업자 구속은 이후 카카오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현재 카카오는 어떻게 대응에 나서고 있나요?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김범수 창업자가 직접 발탁한 정신아 카카오 대표를 중심으로 경영 체제를 재구성했습니다. 정 대표는 김 창업자와 함께 CA협의체 공동의장직을 맡고 있는데요. 그는 비상 경영 체계를 선언하고, 김 창업자가 맡았던 경영쇄신위원장직도 대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매월 열리던 그룹협의회도 앞으로는 주1회씩 실시할 예정입니다.

정신아 대표는 "각 계열사 별로 진행중인 쇄신 및 상생 프로젝트들을 문제없이 진행해달라"며 "성장동력 마련 위해 현재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카카오 앞에 놓인 과제를 살펴보면, 김범수 창업자의 구속은 혼란의 끝이 아니라 그 시작이 될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카카오의 당면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AI시대 경쟁력 입증 △계열사 거취문제 △경영쇄신 작업 등이 꼽힙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IT기업으로 꼽히는 카카오는 지난해 여러 차례 생성형 AI 모델 공개를 미뤘습니다. 카카오는 단순히 모델을 공개하는 것을 넘어서 이를 활용한 실질적인 서비스 출시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연내 'AI 서비스' 공개를 앞뒀지만, 거듭된 사법리스크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3조원이 넘는 투자를 받은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재팬 등의 주요 계열사의 기업공개(IPO)와 매각 등의 중대한 결정도 김범수 창업자의 공백과 함께 미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카카오가 이번 시세조종 관련 재판에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을 경우,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에 대한 지배력을 잃게 됩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 은행 대주주는 최근 5년 동안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 처벌을 받은 행위가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범수 창업자가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카카오 계열사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했던 만큼, 자율경영을 넘어 통제력을 강화하는 경영 쇄신 활동의 난이도도 올라갈 전망입니다.

-현재 검찰은 김범수 창업자의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수사와 재판이 이어질 경우, 김범수 창업자의 공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카카오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모바일 시대를 넘어 AI 시대에도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의 지위를 지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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