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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정리=최문정 기자]
◆ 소비자 피해 가중, 티몬·위메프가 쏘아 올린 정산·환불 지연 사태
-이번에는 이커머스 업계 소식인데요. 큐텐이 운영하는 이커머스 서비스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 대금 정산과 환불이 늦어져 고객과 소비자의 원성이 연일 커지는 상황입니다. 티몬·위메프의 대응을 마냥 기다릴 수 없었던 소비자 수백 명이 서울 본사를 찾아가 환불을 요구했는데요.
-24일 목요일 새벽.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위메프와 티몬 본사에는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이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특히 티몬·위메프에서 여름 휴가 여행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많았는데요, 예약한 여행이 그대로 취소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여행 업체는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패키지 여행 상품을 판매했지만, 두 플랫폼이 판매 대금을 정산하지 않자 이미 예약된 상품들을 취소했습니다. 항공, 숙박 등 서비스를 예정대로 제공하더라도 이에 대한 판매 금액을 못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새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티몬, 위메프에 여행 상품 금액을 지불했는데 여행사가 상품을 취소해 출발 자체를 할 수 없게 됐군요. 하지만 소비자들이 새벽벽두부터 티몬과 위메프 본사를 직접 찾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행 상품 업체들은 구매된 상품에 대한 결제 철회나 환불 경우 티몬과 위메프 측에게 문의하라고 안내했습니다. 특히 카드 결제 취소를 통한 환불이 불가능해지며 직접 티몬과 위메프 본사를 찾게 된 것인데요.
티몬과 위메프에게 결제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체(PG사)들이 지급 능력에 의문을 품고 일제히 거래를 중단하면서 이들 플랫폼에서 카드 결제 취소가 막혔습니다. 이에 따라 계좌이체를 통한 현금 환불만 가능한 상황입니다.
금융감독원은 26일 10개 PG사들을 소집하고 "결제 취소 중단은 여신전문금융어법 19조 위반에 해당된다"며 중단했던 티몬·위메프(티메프)에 대한 결제취소를 재개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이후 티몬은 일부 PG사와 협조해 7월 판매한 도서문화상품권 중 일부 구매 건(68억원어치)을 취소한다고 안내했습니다.
-현재 환불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소비자 환불을 먼저 진행한 쪽은 위메프입니다. 25일 오후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는 미정산 금액 약 400억원에 대한 환불 요청을 처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류 대표는 "법인 통장에 가압류 등 조치가 취해진다면 소비자 환불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위메프는 26일 오후 기준 2000명 고객 환불을 마쳤습니다.
티몬은 지난 26일 오전 위메프보다 하루 늦게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날 새벽 0시께부터 환불을 받지 못한 고객들에게 돈을 돌려주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다만 티몬 측은 모든 피해자에게 환불 조치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자금 사정이 여의찮아 모든 걸 한 번에 해결해 드리기는 힘들 것 같다"며 "순차적으로 해결하지 위해 계획을 잡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오늘 정산을 받지 못하는 후순위 고객들은 불만이 생길 수 있지만, 우리를 붙잡아 둔다고 해서 지급할 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27일에는 260명 가량이 티몬에서. 총 8~9억원 규모로 환불 조치를 받았습니다. 권도완 본부장은 환불 자금 10억원 정도를 더 확보했다며 추가 환불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티몬과 위메프 현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해산한 뒤 환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소비자들에게 환불 금액이 돌아갈지는 불확실항 상황입니다. 현장에서 피해 소비자들이 티몬에게 접수한 환불 접수가 1800여건을 넘긴 만큼, 환불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도 커지는 상황입니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유가 뭔가요?
-업계에서는 티몬과 위메프의 모기업 큐텐의 무리한 사업 확장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G마켓 창업자 구영배 대표가 설립했습니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AK몰 등을 잇달아 인수했는데요, 큐텐그룹이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대금까지 무리하게 끌어 기업을 인수했다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특히 큐텐이 국내 이커머스 기업을 인수하면서 거래 규모를 키우는 데만 집중했고 국내 자회사를 체계적으로 다루지 못한 점도 지적합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갚아야 할 부채가 운용할 수 있는 돈보다 더 큰 '자본잠식' 상황에 빠져있는데요. 2022년 기준 티몬의 유동부채는 7193억원으로 유동자산의 5배 수준이었고, 위메프 역시 지난해 말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5배 많은 3098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번 정산 지연 사태는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의 기반을 흔들고 있습니다. 모기업 큐텐이 해결의 실마리를 내놓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한화에너지, 한화 지분 공개매수 '절반의 성공' 의미는
-마지막으로 재계 소식을 들어볼까요. 한화그룹의 승계와 관련한 중요한 지분 매입이 이번 주 일단락됐는데, 예정했던 수량을 다 채우지는 못하고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요?
-그렇습니다. 김승연(72)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40)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38)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35)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5~24일 (주)한화의 보통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는데요, 당초 예정했던 수량(600만주)의 65%에 해당하는 389만8993주만 청약에 응했습니다. 한화에너지는 현금 약1170억원을 투입해 청약에 응한 한화 보통주를 모두 매입했습니다.
-예상했던 수량을 다 채우지 못한 이유가 뭐죠?
-이번 공개매수가격은 최근 1개월 평균가 대비 12.9%, 공개매수 전일 종가 대비 7.7% 인상된 수준인 3만원이었습니다. 최근 공개매수 사례를 보면 일반적으로 공개매수 단가는 매수 진행 직전일 종가 대비 20%가량 높은 수준에서 정해졌는데요, 이런 점을 고려하면 통상적인 인상률보다 낮은 수준에서 공개매수가가 정해져 목표 수량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공개매수가 끝난 다음 날(25일) 한화의 주가는 공개매수가보다 높은 3만1300원에 마감됐습니다. 26일에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종가는 3만450원으로 공개매수가보다 높았습니다. 이번 공개매수에 참여했던 한화 주주들은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고, 매수 기한 종료 후 하루에서 이틀 뒤 보유 주식을 매도했다면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화에너지 측은 "목표 수량의 약 65%를 모집하며 (한화의) 지분을 5.2% 추가로 확보했다"며 "당초 목표한 600만주에는 미달했으나 한화그룹 전반의 지배구조 안정성과 투명성 제고, 한화에너지-한화 간 사업 시너지 향상을 위한 유의미한 수량을 매수한 것"이라고 자평했습니다.
또한 "이번 공개매수에 약 390만주가 응모해 많은 주주들이 일정한 프리미엄을 가산한 이번 공개매수가를 적정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한화의 미래가치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주주도 많았다고 볼 수 있다"며 "공개매수에 대한 응모 여부는 전적으로 개별 주주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목표 수량을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한화그룹 승계의 기반은 다졌다는 평가도 나오네요?
- 네. 이번 공개매수 결과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율은 9.70%에서 14.90%를 5.20%포인트(P) 높아졌습니다. 이는 최대주주인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율(22.65%)과 7.75%P 차이가 나는 수준으로 한화그룹 오너 3세들이 안정적인 2대 주주의 자리를 굳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화에너지가 추가로 한화의 지분을 확대하면 '김동관 부회장(50%)·김동원 사장(25%)·김동선 부사장(25%)의 한화에너지→한화→한화그룹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오너 3세로의 승계가 이뤄질 수 있게 됩니다.
-승계 방식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추후 한화와 한화에너지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던데요.
-한화그룹은 양사를 합병시킬 생각은 전혀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그룹 관계자는 "대주주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가장 투명한 공개매수를 최대한 해보려고 했고, 목표치의 65%를 달성한 것"이라며 "일각에서 이를 '실패'라고 하던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화그룹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에 나섰는데요. 다양한 방면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이전보다 더 큰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munn0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