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 취임 당시 조 행장은 '은행권 순이익 1위'라는 목표를 밝혔지만, 그의 야심 찬 포부와는 달리 성과는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연임' 가능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3년 7월 취임한 조병규 행장의 임기는 올해 말 만료된다.
조 행장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후 가동된 '우리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을 통해 선임된 최초의 사례로, 만 2년이 되지 않는 짧은 임기 속에서도 성과를 내기 위해 경주해 왔다.
아직 임기가 5개월가량 남아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연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 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 내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오는 9월부터 차기 행장 선임 작업을 위한 절차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우선 실적 측면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우리은행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오른 8870억원이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13.6% 오른 1조67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특히 비이자이익 증가세가 눈에 띈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비이자이익 은 61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3% 늘어났다.
다만 조병규 행장의 포부를 실현하기엔 다소 아쉬운 성적표다. 앞서 조 행장은 올해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등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4대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은 상반기 기준 3위에 머물렀다. KB국민은행(1조5059억원)을 앞섰지만,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손실을 대부분 해소한 KB국민은행이 역전하는건 한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신한은행이 상반기 2조5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리딩뱅크' 자리에 올랐으며, 하나은행(1조7509억원)이 뒤를 이었다.
여기에 '내부통제' 역시 조 행장의 연임 걸림돌로 거론된다.
특히 최근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하면서 조 행장은 머리를 숙이기도 했다.
앞서 우리은행 김해지점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 5월까지 180억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하반기 인사를 통해 박구진 준법감시인 부행장을 교체했다. 박 부행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하는 형식을 갖췄으나 100억원 횡령 사태에 책임을 묻는 문책성 인사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이후 시작된 내부통제 강화 드라이브를 걸고 난 뒤에 또다시 횡령 사고가 발생하면서 조병규 행장도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조병규 행장의 임기는 1년 6개월로, 은행장의 임기는 통상 2년을 부여받은 데, 이에 비해선 다소 짧은 편"이라며 "'1등 은행'이라는 포부에 비해선 아쉬운 성적표지만, 우리은행의 실적만 놓고 본다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부통제가 연임 걸림돌이 될 수 있겠지만, 아직 임기가 남아있는 만큼 역량을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