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실적 부진 우려 현실로…오일뱅크 이어 에쓰오일도 영업익 뚝


에쓰오일, 2분기 영업익 1606억…정유 부문 950억 적자
HD현대오일뱅크 2분기 영업익도 전분기 대비 급감

에쓰오일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606억원으로, 전분기와 비교해 64.6% 감소했다고 26일 밝혔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정제마진 급락으로 인해 정유 업계를 둘러싼 부정적 시선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HD현대오일뱅크에 이어 에쓰오일도 1분기와 비교해 다소 부진한 2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2분기 160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341.2%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22.4% 증가한 9조5708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지난 1분기와 비교하면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다. 앞서 에쓰오일은 1분기 454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는데, 불과 1개 분기 만에 64.6%나 급감했다.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정제마진이 올해 초와 비교해 급락했기 때문이다. 휘발유·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운영 비용과 유가 등 원자재 비용을 제외한 금액인 정제마진은 국내 정유사의 실적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올해 2분기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4달러대로 1분기(15달러) 대비 크게 하락했다. 통상 정제마진은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제마진 4달러대에서는 장사를 하더라도 남는 게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에쓰오일의 정유 부문은 2분기 950억원의 적자를 냈다. 에쓰오일은 "미국 중심의 휘발유 수요 부진 및 해상 운임 상승으로 유럽향 경유 수출이 제한되면서 아시아 지역 정제마진이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1분기(3052억원) 대비 급감한 2분기(734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HD현대

결과적으로 정유 부문의 부진을 다른 사업이 만회한 그림이다. 석유화학 부문은 아로마틱 계열의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지고, 역내 생산 설비의 정기 보수 집중 덕에 2분기 1099억원의 이익을 냈다. 윤활 부문은 글로벌 주요 공급사의 정기 보수 등의 영향으로 1458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에쓰오일을 통해 실적 부진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다른 기업들의 긴장감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미 HD현대오일뱅크는 저조한 성적표를 내놨다. 3000억원대 영업이익이 1개 분기 만에 73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마찬가지로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은 1분기 59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2분기에는 1000억원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정유사들은 친환경 제품 공급 확대 등 탈정유 사업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등락에 따라 실적이 크게 요동치는 등 불안정한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며 "추후에도 신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정유 사업 의존도를 낮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3분기에는 정제마진 상승을 통한 일부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에쓰오일은 정유 부문의 3분기 전망과 관련해 "아시아 정제마진은 여름 성수기 기간 중 이동용 연료 수요 중심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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