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내 건설현장에 유입되는 외국인 근로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건설현장 외국인 근로자는 지난 3월 기준 11만8735명으로 전년(10만9865명) 대비 8.07% 늘었다. 2020년 3월만 해도 7만7047명이었는데 2021년 8만6836명, 2022년 9만3404명으로 늘더니 2023년에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근로자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16.2%까지 늘었다. 문제는 외국인 산재 사망자 수도 같이 늘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건설업에서 목숨을 잃은 외국인은 55명으로 전년(47명) 보다 8명 늘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안전교육 미흡을 이유로 들었다. 건설업계에서는 관련 교육 강화에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고용부)는 지난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 등 13개 주요 건설사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건설사의 역할을 당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외국인 근로자 안전교육을 강조했다.
이 장관은 "건설현장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가 있어 현장의 위험요인과 필요한 안전조치를 정확히 전달하기 어렵다"며 "작업별 위험요인과 비상시 대피요령 등 안전수칙을 숙지할 수 있도록 그림 등으로 표현한 안내 표지판 활용, 통역원 배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비상시 대피요령에 대해서 실질적인 훈련을 통해 체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용부는 이달 중 '외국인 근로자 산업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한다. 대책에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확대·강화하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이 장관은 "건설업 등 외국인 근로자를 다수 사용하는 취약 분야에 대한 지원·점검을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대우건설·HDC현대산업개발, 외국인 안전교육 강화
전문가들은 외국인 근로자 사망사고 발생 이유로 '안전교육'을 꼽았다. 한국산학기술학회가 발행한 '국내 외국인 건설근로자 안전교육에 대한 실태조사·개선방안' 논문에 따르면 "건설업 인력난 심화로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이 증가하고 이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율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교육이 강조되고 있지만 안전교육 의무 유무, 관리자 중심의 시스템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건설업 외국인 근로자에게 효과적인 안전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16개 송출국의 언어·사회·문화적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안전교육 교안의 개발과 교육과 학습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참여형·체험형 커리큘럼의 개발이 있어야 한다"며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교육 제공과 다양한 선택의 기회제공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건설사들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외국인 근로자 대상 안전교육 강화에 나서고 있다. 대우건설은 외국인 근로자용 안전보건교육 영상을 제작해 최근 현장에 배포·교육했다. 대우건설은 중국·베트남·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러시아·몽골·캄보디아·태국·미얀마·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근로자 채용 인원 상위 10개국의 언어와 영어로 영상을 제작했다. 신규 채용자에 대한 안내 사항과 필수 안전 수칙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다국어 영상 콘텐츠 배포를 통해 현장의 업무 효율성이 증대되고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교육 이해도 역시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전 현장을 대상으로 전문 통역사를 동행한 안전교육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고위험 공종 대상 전문 통역사와 현장에 방문해 중국·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 등 약 2000명의 내·외국인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특히 전 현장에서 명예 통역관을 지정하고 아침 TBM·신규·정기·특별교육 시 동시통역이 이뤄지도록 했고 국가별 더빙·번역 교재도 배포했다.
올해는 옥상 조형물 작업, 밀폐공간 등의 마감공종 등의 작업까지 교육영역을 확대해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언어장벽으로 인한 작업 유해·위험성에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해 나갈 방침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의사소통 미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