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조작 가담 혐의를 받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구속 기로에 섰다. 김 창업자는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정한 가운데, 카카오 역시 긴장하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는 22일 오후 1시43분께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구속 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김 창업자는 2시부터 사법당국으로부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이날 김 창업자는 '시세 조종 혐의를 인정하는지', '시세조종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 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굳은 얼굴로 법정으로 향했다.
현재 수사 당국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를 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세 조종에 나섰다는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업체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약 24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이 띄웠다는 의혹이다.
김범수 창업자는 카카오 그룹의 대규모 투자 등을 결정하는 기구인 투자심의위원회의 일원으로서 해당 혐의를 함께 공모했고나, 나아가 시세조종 행위 자체를 사실상 승인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 17일 김 창업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해당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김 창업자는 지난 18일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CEO)와 그룹 내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산하 위원장을 소집해 임시 그룹협의회를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진행 중인 사안이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현재 받고 있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사상 초유의 사법리스크가 발생한 가운데, 카카오 구성원 역시 긴장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해 당국의 수사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경영 일선에 복귀해 약 6개월 간 카카오를 이끌어왔다.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해 12월 정신아 당시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카카오 대표로 내정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계열사 대표를 교체했다.
이어 그룹의 준법 경영 실태를 점검하는 외부 통제 기구 ‘준법과 신뢰위원회’를 출범시켰다.올해 2월에는 계열사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독립 기구인 CA협의체를 확대 개편해 그룹의 구심력을 강화했다. 계열사 줄이기 작업에도 속도를 냈다. 현재 카카오의 계열사는 총 124개로 1년여 전 공정위 발표 당시(147개)보다 23개가 줄었다.
인공지능(AI)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전담 조직 '카나나'를 마련하고, 하반기 '서비스 중심 AI'전략을 가동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김범수 창업자가 실제로 구속될 경우, 이러한 카카오의 변화 기조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카오 직원은 "지난해 연말부터 주요 경영진이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사법리스크가 이어지고 있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테크 기업으로서 AI 등 최신 서비스가 아니라 사법리스크로 주목받는 것 같아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범수 창업자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김 창업자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울 구로구의 남부구치소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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